[24fps] 이 싸움, 破瓜로 시작했지만 破果로 끝났다
30일 개봉
파과 / 122분 5초 / 24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로그라인 60대 전설의 킬러 조각이혜영 분.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기면서 모든 게 달라지는데, 특히 젊은 킬러 투우김성철 분가 그들에게 위협적 존재로 다가온다. 《리뷰》 시작부터 생략이 심하다. 주인공은 길에서 구조된다. 몇 마디 대화에 곧 설거지를 시작하고, 별다른 개연성 없이 어느 날 밤 한 미군이 그를 겁탈하려 든다. 일련의 사건이 다소 기계적으로 이어지며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 스승 류김무열 분의 액션은 배우가 전작 ‘범죄도시 4’에서 백창기 역으로 선보인 것과 판박이라 기시감을 피하기 어렵다. 프로타고니스트 마동석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의아할 정도. 악을 방역防疫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신성 조직이 결국 청부 살인을 일삼는다는 설정 역시 어디서 본 듯해 식상하기 짝이 없다. 조각이 찰리 채플린의 ‘키드’(1921)를 보며 자신도 과거 버림받았음을 투영하는 장면은 의도는 짐작되나 그 구현법이 단조롭고 직설적이다. 유기견인 노견과 주인공을 하나로 합일하는 “늙고 병들었다고 버림받는 건 너무 잔인하다”는 대사는 소설 원작이 어떠했든 영화에서만큼은 연출의 방임처럼 보인다. 136고稿까지 쓴 시나리오라기에는 어딘지 조악하다. 액션은 배역과 마찬가지로 실제 60대인 이혜영(b.1962)에게 맞게 조율됐다. 스턴트 액션을 어떻게든 가리려 한 것이 눈에 띈다. 실내가 소화기 분말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새 조각이 모든 적을 제압하는 장면 등이다. 잦은 플래시백은 초반에는 신선하지만 반복으로 점차 힘을 잃는다. 신구 등장인물의 혼재도 처음만 인상적이고 이내 지루해진다. 대신 영화의 미덕은 조각과 투우의 관계성에 있다. 이 둘은 애증으로 얽힌 관계다. 인간의 ‘나이 듦’과 뭉그러졌지만 더 맛있다는 ‘파과’를 연결하는 것보다 사실 이쪽이 더 흥미진진하다. 애증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비로소 그 다음이 궁금해지지만 극은 거기서 끝나고, 그렇게 액션도 드라마도 아닌 ‘액션 드라마’라는 낯선 장르명이 탄생한다. 파과에는 파과破果 말고 동음이의어인 파과破瓜도 있다. 채플린이 ‘키드’로 첫 장편 영화를 연출했듯, 이 영화는 민규동 감독이 첫 장편 액션을 연출했다는 처음과 이혜영이 60대 여성배우로서는 드문 일인 액션 영화 주인공이 됐다는 처음이 서로 교차하는 작이다. 처음이니까 박수를 보낸다. 다만 처음이라고 그것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