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앱 키우는 BBQ, 위메프 품고 배달앱 의존도 낮출까
프랜차이즈·이커머스 접점 크지 않지만 유통채널 확보 효과 기대할만 BBQ 자금력 충분…사업 다각화 방향 주목
BBQ치킨의 운영사 제너시스비비큐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위메프 인수에 나섰다. 그간 BBQ가 여타 프랜차이즈와 달리 외식 본업에 집중해 왔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기업 인수를 통한 시너지 방향성이 주목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BQ는 지난주 위메프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최종적으로 인수가 확정될 경우 양사는 플랫폼 활용 방안과 가격 조건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BBQ 관계자도 인수의향서 제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 검토하는 정도다. 깊이 있게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유통업계에서는 BBQ의 위메프 인수 시도에 의외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인해 기업회생에 빠진 위메프는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메프의 인수가격은 100억원대로 거론된다. 위메프의 몸집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가격이다. 다만 위메프가 파악된 부채만 4000억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인수 후에도 한동안 부채청산에만 몰두해야 한다.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개시하면서 조직과 직원들이 대거 떠난 상황이라는 점에서 안정화 작업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위메프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기업이 BBQ 외에는 없을 정도다.
그러나 BBQ가 위메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얻게될 이득도 여럿이다.
BBQ도 경쟁사인 교촌, bhc처럼 사업 다각화에 나설 수 있다. 교촌에프엔비는 소스, 수제맥주, 외식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bhc도 창고43,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반면 BBQ는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했고 반려동물 카페 등에 관심을 보인 것 외에는 본업인 치킨 프랜차이즈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위메프 인수 등으로 사업 방향성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BBQ는 푸드 서비스 전문기업 ‘파티센타’를 지난 9일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외식 문화를 선도하는 종합 외식 기업이 되겠다”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위메프 인수 시 BBQ가 유통 중인 PB(자체브랜드) 상품의 유통도 더욱 원활해진다. BBQ는 치킨, 닭가슴살, 간편식, 소스류 등 제품을 자사몰 ‘비비큐몰’과 외부 벤더사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위메프 인수가 이뤄진다면 유통 채널이 확대될 수 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위메프의 위상이 다소 꺾였으나 이용자를 활용한 마케팅 창구도 매력적이다. 티메프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7월 기준 위메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32만명에 달한다. 위메프가 보유한 소비자의 구매이력과 고객선호도 데이터를 통한 자세한 소비자 분석도 가능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앱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수수료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과 소비자 분석이 원활한 이커머스는 활용 여지가 크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 부담 차원 절감 차원에서 2019년부터 자사앱을 키워왔으나 성과 자체는 크지 않았다. 이는 자사앱에 대한 낮은 인지도 영향이 컸다.
여기서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위메프를 활용한다면 마케팅과 프로모션, 자사앱 가입자와 주문 수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 자사앱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배달앱 의존도도 낮아질 수 있다.
다만 BBQ가 위메프 인수 의향서만 제출했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인수까지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적으로 인수 의향서가 확정된다면 뒤이어 기업 실사가 이뤄진다. 위메프의 상태가 BBQ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됐다면 인수는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다.
위메프 인수 자금은 문제가 아니다. BBQ는 2023년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830억원을 보유해 자금조달에 큰 무리가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딪쳐 있어 BBQ도 일찌감치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위메프 인수도 그 중 하나로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