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테크, 영구CB 전환청구 개시...재무부담 덜었지만 주가는?

4회차 CB 160억 중 60억 전환청구...206만6115주(4.66%) 24일 상장 고위험 사채인 '스텝업' 영구CB 일부 해소...재무구조 개선 효과 연초 불가능해보였던 FI 엑시트...리픽싱과 호재성 이슈의 합작 단기적 주가하방압력 증대...이날 기준 FI 평가수익률 24%

2025-04-03     김건우 기자

이차전지 장비 제조기업 나인테크의 영구 전환사채(CB)가 주식전환되기 시작했다. 최근 한달간 회사측에 유리한 호재성 기사가 연이어 쏟아짐과 동시에 강한 매수세가 작용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탓이다.

나인테크는 이번  전환청구로 인해 영구CB의 잠재적 이자 위험을 일부 덜어냄과 동시에 채무의 자본전환이 발생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다만 영구CB 재무적투자자(FI)의 매도차익실현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주가하방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나인테크는 지난 1일 4회차 CB의 전환청구권 행사 사실을 밝혔다. 나인테크 4회차 CB는 재작년 8월경 권면총액 160억원으로 발행됐으며, 이중 60억원 규모의 물량이 이번에 최초로 전환청구됐다.

CB의 전환가액 2904원을 기준으로 206만6115주가 오는 24일 신주 상장 예정이다. 이는 상장주식총수 4432만4890주 대비 4.66%에 달하는 규모다. 미상환 사채권 100억원까지 현 전환가액을 기준으로 전환시 344만3526주(7.76%)의 신주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번 FI 전환청구로 나인테크는 영구CB의 잠재적 이자 위험을 일부 감소시킬 수 있게 됐다. 4회차 CB는 30년 만기에 3년차부터 스텝업(단계적 금리가산)이 발생하는 상품으로 발행됐다. 최초 연복리 5%로 시작해 4년차 6%, 5년차 이후부터는 매년 2%씩 금리가 가산되는 구조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이자로 인해 중도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사가 빠르게 파산하게 되는 극단적 자금조달에 해당한다.

다만 나인테크의 실적 상황을 고려하면 차환자금조달 없이 자력으로 영구CB를 상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인테크는 지난해 영업손익 기준으로는 약 47억원의 흑자를 내며 전년 동기 30억 적자에서 개선세를 보였으나, 순손익 기준으로는 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87억 흑자에서 오히려 적자전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FI측의 전환청구권 행사는 나인테크가 최우선적으로 갚아야할 고위험 채무를 일부 해소하면서, 부채의 자본 전환으로 인한 재무개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주가흐름이 좋지 않아 FI 전환청구를 기대하기 어려웠던 나인테크 주가가 최근 급등한 것이 공교롭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인테크 주가는 연초 1919원으로 당시 CB의 전환가액 3613원을 크게 하회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전환가는 낮아지고 시가는 급등하면서 FI의 차익구간에 접어들게 된다.

당초 4회차 CB는 시가변동에 따른 리픽싱(전환가 조정) 조항이 없었으나, 신규 유상증자 또는 사채권 발행에 의해 전환가액을 상응 조정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나인테크는 지난달 5일 발행가액 2904원의 신규 유상증자를 단행해 4회차 영구CB의 전환가를 낮춤으로써 전환청구 가능성을 높였다.

최근 한달동안은 호재성 이슈가 쏟아지기도 했다. 나인테크는 지난해 매출액 고점 갱신, 차세대 유리기판 반도체 기술 확보, LG에너지솔루션 관련주, 맥신 대량생산 가능한 신규법인 설립 등 여러 이슈가 부각되는 가운데 강한 매수세가 동반함에 따라 주가가 급등했다.

이날 나인테크는 코스닥 시장에서 36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연초 대비 88.64%, 한달전 대비 24.19% 오른 가격이다. 전환가액 2904원 기준 FI의 평가수익률은 24.65%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나인테크는 채무부담 감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FI는 차익실현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FI의 매도차익실현 가정시, 최근 주가 상승세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투자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영구사채 금리가 가산되기 전에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해소하려 한다”며 “특히 상환 여력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 엑시트를 통한 출구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