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사의 표명에…F4 멤버는 만류하고, 여권은 비판

2025-04-02     신수정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민당정간담회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 반대한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업 개정안 행사가 이뤄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F4(금융당국 수장 4명)는 이를 만류했다. 이 원장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선 “오만한 태도”라며 비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일(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개정 거부권을 행사하자 상급기관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에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만류했다. 

이 원장은 다음날인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금융위원장께 어제 연락을 드려서 제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병환)금융위원장께 말씀드렸더니 (최상목)경제부총리와 (이창용)한국은행 총재께서도 연락을 주셔서 지금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말리셨다”며 “저도 공직자고 뱉어놓은 말이 있다고 말했더니,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서 보자고들 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이 원장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복귀 여부도 무시할 수 없다”며 “입장을 표명하더라도 임명권자가 대통령인 이상, 가능하다면 대통령께 말씀드리는 게 가장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작년 하반기까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무부와 저희 입장”이라며 “(윤석열)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확신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보수 정부고, 시장에서 공정 경쟁은 보수의 핵심적 가치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법이나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아예 좌초되지 않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상법개정 통과를 반대하는 야당에 “상법 개정안을 지금 바로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통과시키기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무위를 거쳐 법사위에서 다 모이게 되는 4~5월까지만 조금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이 원장은 공언했던 대로 일단 사의를 표명했지만, 거취에 대해서는 고민을 조금 더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그의 구체적인 거취는 오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직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라가 처한 상황과 주변 만류 등 때문에 조금 더 고민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며 “공직자가 국민들 앞에 약속도 드렸고 또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이제 권한대행 국정 운영에 부담을 드린 것도 맞기 때문에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향후 거취에 대해 “계획대로라면 6월 5일 마지막 근무일 밤에 아들과 발리 길리섬을 가려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놨다”며 “22대 총선 출마 권유가 있었지만 가족들과 상의 후 도전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 내렸고, 25년 넘게 공직 생활을 했으니 할 수 있다면 민간에서 조금 더 시야를 넓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 원장의 행보를 두고 오만하다며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짐 싸서 청사를 떠나는 게 공인의 올바른 태도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부권 행사 시 직을 걸겠다고 입장을 표명했으면, 그것도 일반 공무원이 아닌 고위 공무원이 그 정도 발언을 했으면 사의를 표명하고 반려할 걸 기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 원장이 “윤 대통령이 계셨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그것마저도 오만한 태도”라며 “어떻게 금감원장이 대통령 운운하며 대통령과 자기 생각이 같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지, 공직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있을 수 없는 태도”라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