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한화에어로 3.6조 유증, 의구심 해소 못하면 철회돼야”

2025-04-02     한경석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 본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규모 투자계획 직전 한화오션 지분을 1조 3000억원을 들여 매입한 점, 5년의 투자재원을 주주들로부터 한 번에 조달하는 점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이러한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번 유상증자는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주주배정 방식으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로부터 40일 전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의 규모, 투자 계획의 구체성 결여 등과 관련해서 시장에서 논란이 됐다.

◆한화에어로, 3.6조 투자 계획에도 한화오션 매입 왜?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투자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40일 전인 2월 10일 한화오션 지분 7.3%를 총 1.3조원을 들여 매입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화오션의 지분매입과 유상증자를 완전히 별개 사안으로 추진했다고 하더라도,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은 방산·조선의 통합 시스템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졌지만, 반드시 필요한 매입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한화에어로의 연결 자회사였다. 지분 매입 후에도 지분율은 30.44%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에어로가 매입한 한화오션 지분이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이뤄진 것이어서 지배주주 일가의 막대한 자본이익 실현을 위해 불필요한 지분 매입을 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규모가 커졌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공시에서 투자 규모와 시기 등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이 부분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자금 사용목적으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시설자금으로 약 1조2000억원,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해외 생산능력 확보, 해외 방산 조인트벤처(JV) 투자, 해외 조선업체 지분투자 등으로 2조4000억원 등 총 3조6000억원에 대한 사용목적을 기재했다.

추가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어로가 총 11조원의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고 이중 일부를 유상증자로 조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것만으로는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측 설명이다. 한화에어로는 앞으로 매년 약 1~2조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영구채를 통한 차입, 상환우선주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30년까지 앞으로 5년의 투자재원을 한 번에 조달하는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상증자가 불가피해도 규모를 축소해야 하며 새로 제출할 증권신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고, 증권신고서의 정정으로 투자자와 시장의 합리적인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유상증자는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중복상장 통한 지배…지분구조 변동은 주주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이번 유상증자 건을 지켜보면서 한화그룹의 중복 상장 문제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모두 상장하는 중복상장 구조는 지배주주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수단일뿐 아니라 각 상장사 주주의 이해관계 충돌을 초래하고, 주주가치 측면에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그룹 역시 다른 재벌 그룹과 마찬가지로 여러 계열사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며 중복 상장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화에어로와 이 회사가 지배하는 한화오션 및 한화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로, 한화오션에 대한 지분율은 30.4%, 한화시스템에 대한 지분율은 46.7%다.

이러한 중복상장을 통한 느슨한 지배는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의 사업을 통합한다는 한화그룹의 목표에 배치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사업 통합이 중요한 목표라면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을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메리츠금융 사례에서와 같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고려할 수 있고, 나아가 지분구조 변동은 관련된 모든 회사와 주주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