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한화에어로 3.6조 유증, 의구심 해소 못하면 철회돼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경제개혁연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규모 투자계획 직전 한화오션 지분을 1조 3000억원을 들여 매입한 점, 5년의 투자재원을 주주들로부터 한 번에 조달하는 점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이러한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번 유상증자는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주주배정 방식으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로부터 40일 전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의 규모, 투자 계획의 구체성 결여 등과 관련해서 시장에서 논란이 됐다.
◆한화에어로, 3.6조 투자 계획에도 한화오션 매입 왜?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투자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40일 전인 2월 10일 한화오션 지분 7.3%를 총 1.3조원을 들여 매입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구심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화오션의 지분매입과 유상증자를 완전히 별개 사안으로 추진했다고 하더라도,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들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은 방산·조선의 통합 시스템 구축이라는 명분으로 이뤄졌지만, 반드시 필요한 매입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한화에어로의 연결 자회사였다. 지분 매입 후에도 지분율은 30.44%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화에어로가 매입한 한화오션 지분이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을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이뤄진 것이어서 지배주주 일가의 막대한 자본이익 실현을 위해 불필요한 지분 매입을 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규모가 커졌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 공시에서 투자 규모와 시기 등을 충분히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이 부분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자금 사용목적으로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시설자금으로 약 1조2000억원,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해외 생산능력 확보, 해외 방산 조인트벤처(JV) 투자, 해외 조선업체 지분투자 등으로 2조4000억원 등 총 3조6000억원에 대한 사용목적을 기재했다.
추가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한화에어로가 총 11조원의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고 이중 일부를 유상증자로 조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것만으로는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충분히 설득되지 않는다는 게 경제개혁연대 측 설명이다. 한화에어로는 앞으로 매년 약 1~2조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영구채를 통한 차입, 상환우선주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30년까지 앞으로 5년의 투자재원을 한 번에 조달하는 것도 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상증자가 불가피해도 규모를 축소해야 하며 새로 제출할 증권신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고, 증권신고서의 정정으로 투자자와 시장의 합리적인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유상증자는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중복상장 통한 지배…지분구조 변동은 주주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이번 유상증자 건을 지켜보면서 한화그룹의 중복 상장 문제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모두 상장하는 중복상장 구조는 지배주주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수단일뿐 아니라 각 상장사 주주의 이해관계 충돌을 초래하고, 주주가치 측면에서 저평가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그룹 역시 다른 재벌 그룹과 마찬가지로 여러 계열사가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며 중복 상장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화에어로와 이 회사가 지배하는 한화오션 및 한화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로, 한화오션에 대한 지분율은 30.4%, 한화시스템에 대한 지분율은 46.7%다.
이러한 중복상장을 통한 느슨한 지배는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의 사업을 통합한다는 한화그룹의 목표에 배치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사업 통합이 중요한 목표라면 한화에어로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을 100%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메리츠금융 사례에서와 같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고려할 수 있고, 나아가 지분구조 변동은 관련된 모든 회사와 주주에게 공정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