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fps] 헛스윙으로 끝난 ‘로비’…하정우는 아직 도전 중
내달 2일 개봉
《리뷰》
로비 / 한국 / 105분 48초 / 25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명배우 하정우가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연기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지만, 감독으로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 그다.
영화 ‘로비’는 불공정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를 골프라는 은유를 통해 풀어낸 블랙 코미디다.
풍자를 앞세우지만 날카로움이 다소 무딘 점이 아쉽다.
―윤창욱하정우 분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세상 물정엔 어두운 스타트업 대표다. 4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 수주가 마지막 희망인 그는 로비력으로 앞서가는 라이벌 손광우박병은 분에 맞서 생애 첫 접대 골프에 나선다. 조 장관강말금 분을 선점한 광우에 대항하기 위해 창욱은 장관의 남편이자 실무를 쥔 최 실장김의성 분을 공략하기로 결심한다. 창욱은 드라이버 입스에 시달리는 프로골퍼와 로비 골프를 알선하는 부장기자를 동원해 로비팀을 꾸리고, 공 위치를 바꾸는 ‘알까기’까지 동원하며 접객에 최선을 다한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각양각색의 ‘로비’를 극 중 등장시킨다.
고급 케이크를 바치고, ‘팬심’과 사람을 이용하며, 심지어 캐디에게까지 현금을 찔러 넣는 장면에 이르면 골프는 승부의 스포츠라기보다 로비에 최적화된 사교 활동처럼 보인다.
이 와중에 “공정을 바라면 오히려 불공정이 생긴다”는 대사가 불쑥 고개를 든다. 비뚤어진 설득이면서 묘하게 현실을 닮았다.
문제는 이런 풍자가 웃음을 통해 전달돼야 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힘이 빠진다. 유효타가 부족하다. 등장인물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하며 의외성을 노리지만 단지 그뿐이다.
‘대사 맛’이 좋다는 홍보 문구와 달리, 인물 간 대화는 다소 기계적으로 느껴진다.
연출 역시 전형적이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음악과, 반대로 상황을 전복시키는 음악의 반복은 그 의도가 지나치게 읽히고 만다. 음악만으로 설명되는 장면은 좋은 연출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의성은 이번에도 ‘나쁜 어른’을 연기한다. 이번에는 분수를 모르는 중년 남성의 얼굴이다. 과장된 묘사가 코미디 장르와 맞물려 제 몫을 해낸다.
비장의 무기는 창욱의 조카 호식 역을 맡은 감독 겸 배우 엄하늘이다. 어색하고 이상한 연기가 극의 균형을 잡는다. 출연진 대부분이 익숙한 얼굴이지만, 김의성과 엄하늘만이 인물에 실체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하 감독은 골프를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조명하려 한다. 그러나 끝내 스위트 스폿을 정확히 때리지는 못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