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 대해부⑥] 우리금융, 촘촘하게 짜여진 내부통제 시스템 가동

2025-03-24     신수정 기자
우리금융그룹 깃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투데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책무구조도를 입체 분석한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구체적 책무를 문서화하는 것으로 금융 당국에도 제출해야 한다. 각 금융회사별로 추진 중인 책무구조도 관련 밑그림을 정밀 분석해보고, 향후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바뀔지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건으로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 올해 들어 금융권 책무구조도 시행을 앞두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강력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보였고, 여느 금융지주보다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 회장은 올해 경영 목표로 ‘신뢰받는 우리금융 내부통제 혁신·핵심경쟁력 강화·그룹 도약기반 확보’를 내세우고 신년사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신뢰 회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고 경각심을 되새겼다.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통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적어 책임소재를 분명히 구분한 문서다. 이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안의 핵심으로, 사실상 금융사별 내부통제 방안이나 실효성 및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확대된 계기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1월 2일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공포(公布)되고, 당해 7월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각 금융지주 및 은행은 전체 금융사들 중에서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게 됐다. 이들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은 개정안 공포로부터 1년인 올해 1월 2일까지였다. 

◆ 은행권 최초 ‘FDS’ 구축…우리금융 ‘윤리경영실’, 우리은행 ‘책무관리팀’ 신설

우리금융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은행권 최초로 이상거래를 감지하는 전산시스템(FDS)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올해 2월 말,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행동 패턴 시나리오 기반의 부정거래 검사시스템(FDS)을 도입했다. 이는 향후 우리은행 통합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한 선행 단계로도 주목받았다. 

이어 지난해 11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 감사위원회 산하에 그룹의 윤리경영·경영진 감찰 전담 조직 ‘윤리경영실’을 신설했다. 윤리경영실은 ▲임원 감찰 ▲윤리정책 수립 및 전파 ▲내부자 신고 제도 정책 수립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한다. 

윤리경영실장으로는 검찰 출신 이동수 변호사(사법연수원 제30기)를 영입했다. 이 변호사는 금융권 처음으로 시행되는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를 총괄한다. 손 전 회장 건을 계기로 임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와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 등 내부통제를 대폭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이달 이사회 내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윤리경영실이 같은 위원회 산하로 편제시킬 방침이다. 유일한 사내이사인 임 회장을 배제시켜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임원 감찰과 윤리 정책 등 업무 수행에 대한 독립성도 철저히 보장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준법감시실(법무실) 산하에 ‘책무관리팀’을 정규 조직으로 편성했다. 

책무관리팀은 책무 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조직으로 ▲책무구조도 총괄 ▲관리조치 이행·점검 ▲책무관리시스템 고도화 ▲내부통제 점검 ▲준법감시인 사전검토 등 역할을 담당한다. 인력은 부부장급 팀장을 필두로 15명으로 구성됐으며 법무실 소속 변호사 1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 ‘내부통제 현장점검회의’ 정례화...임종룡 회장, 직접 영업현장 상시 감시

우리금융은 임원이 책무 관리의무를 누락‧중복 없이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 책무명세서와 더불어 구체적인 ‘관리조치기술서’를 별도로 마련했다. 전사 내부통제 체계 구축‧운영, 각 임원의 관리의무 수행 여부에 대한 점검 등 강화된 개정 법의 대표이사 관리의무 내용이 충실히 반영되도록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준법감시인, 최고재무책임자(CFO), 구조조정담당 최고책임자(CRO),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등 경영진 후보 육성하고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 내용 등을 책무구조도에 반영했다.

앞서 임원과 관련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그룹사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 ▲그룹사 부적정 여신 정보 공유 ▲여신감리조직 격상 및 역할 강화 ▲자회사 임원 선임에 대한 회장 사전합의 폐지 등의 제도와 정책을 추진했다. 

임 회장 주재로 전국 내부통제 상황을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임 회장은 지난달 말 250여명의 전국 그룹사 현장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한 자리에 모아 첫 ‘내부통제 현장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 현장점검회의’를 정례화해 임 회장이 직접 현장의 내부통제 현안을 들여다보고, 지주 준법감시인이 전국 순회하며 영업 현장 사고 예방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영업현장에 내부통제관리역-내부통제전문역-내부통제지점장을 배치해‘ 내부통제 3중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주요 영업점에 배치돼 일일 감사를 담당하던 148명의 내부통제관리역과 함께 전국 영업본부별로 각 1~2명씩 57명의 내부통제전문역을 배치했다. 이들은 영업본부별 테마 점검과 산하 영업점에 대한 월별 정기검사를 수행한다. 전국 29개 영업본부에 배치된 내부통제지점장은 내부통제전문역과 관리역들의 팀장 역할을 맡아 영업현장 내부통제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활동을 총괄 관리‧감독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