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중남미 공략 속도…실적 개선 이룰까 [패션家 2세 중간점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2020년 1월 대표이사 승진 2023년 5월 내수 전담 자회사 ‘에이치에스소싱’ 설립
국내 패션업계는 창업주에 이은 오너 2세들이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경기·소비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너 2세들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해외 진출·브랜드 론칭·신사업 발굴 등에 힘쓰고 있다. 창업주 세대에 이은 오너 2세들의 경영 성과와 청사진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익환 한세실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베트남에 이어 중남미 지역에서 제2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내년 완공되는 중남미 생산기지를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김 부회장이 실적 반등을 일궈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김 부회장은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2004년 한세실업 경영지원팀 대리로 입사해 영업본부장을 거쳐 2020년 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입사 후 사내 조직문화를 개편하고 라벨 부착 작업을 자동화하는 등 첨단 IT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한세실업은 글로벌 패션기업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의류를 생산·공급하는 회사다. 현재 미국,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과테말라 등 전 세계 9개국에서 20개 법인 및 10개 해외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갭, H&M, 아메리칸이글 등 글로벌 의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패션업계가 침체된 시기에 승진한 김 부회장은 타개책으로 2021년 마스크, 방호복 등 개인보호장비(PPE) 사업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22년 한세실업은 연결 기준 매출 2조2048억원, 영업이익 179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한세실업을 비롯한 패션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에는 매출 1조7088억원, 영업이익은 168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5%, 6.3% 줄었다.
지난해 한세실업 매출은 1조7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422억원으로 15.4% 감소했다. 2년 연속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한세실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주 시장을 강화하고 국내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2023년 5월 국내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에이치에스소싱’을 설립했다. 에이치에스소싱은 한세실업이 구축한 글로벌 생산기지를 토대로 원단 생산부터 봉제까지 의류 제작에 필요한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인프라를 갖췄다. 현재 한세실업 미얀마 공장을 중심으로 베트남, 방글라데시 공장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이치에스소싱은 2023년 하반기 스노우피크, 내셔널지오그래픽, 에이카화이트 등 국내 브랜드 생산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해 디스커버리, 무신사스포츠, 코닥어패럴, NBA, 버커루, 올리비에홀딩스 등의 수주도 추가 확보했다.
동시에 한세실업은 전체 매출 90%를 차지하는 미주 시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섬유 제조업체 텍솔리니를 인수하고 내년 완공되는 과테말라 공장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한세실업은 이미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갖추고 있다. 그다음 생산기지로 과테말라를 점찍은 이유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과테말라는 미국과 접근성이 좋고 중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대미(對美) 수출에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활용해 김 부회장이 수익성을 개선하고 매출 2조원을 재돌파할 수 있을지 지켜볼 전망이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한세실업이 보유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에이치에스소싱이 K패션 브랜드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며 “올해는 한세실업 글로벌 확장을 위한 원년의 해로 지난해 인수한 미국 섬유 제조 기업 ‘텍솔리니’ 운영이 본격화되고 4분기에는 과테말라 1공장 오픈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허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