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칼럼] 국민의힘은 극우와의 동행을 멈춰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2025-03-17     news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12·3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극우세력의 규모나 성격이 집단화, 고착화, 과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여당이 이에 편승하여 스스로 극우의 길로 몰려가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보수정당이 극우와 결합한 예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정당이 극우에 얹혀서 지지를 결집하고 선거에 이용하려는 행태는 퇴행적 정치의 전형이다.

보수를 참칭한 극우는 한국 사회에 실재하는 세력임이 확인됐다. 탄핵 반대 세력은 계엄이 ‘계몽’이라는 궤변으로 계엄을 정당화하는 교리로 삼는 듯 하다. 12·3 비상계엄은 한국 사회에 극우와 반공주의의 유령이 얼마나 뿌리 깊고 넓게 착근하고 있는지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불법 계엄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극우의 역사는 해방과 분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냉전이라는 세계사적 환경에서 우리는 참담한 전쟁을 겪었다. 이는 결국 일제 강점과 무관하지 않다. 분단 자체가 해방 과정에서 배태되었기 때문이다.

일제 청산은 이승만 정권의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의 해체로 무산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친일 경찰과 관료들을 기용함으로써 일제의 잔재를 청산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미 전쟁 이전에 우익은 반공주의를 내세우며 정권 보위의 명분으로 이용했다. 전쟁은 이를 더욱 강화시켰고, 친일과 반공은 이른바 보수정권을 지탱하는 양대 축으로 기능했다.

4·19혁명으로 독재정권이 물러갔지만 허약한 제2공화국은 군사 쿠데타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지고 박정희는 ‘반공을 국시로 삼는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박 정권은 군사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안보논리를 민주세력을 탄압하는 억압과 배제의 기제로 전락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정권을 유지·연장했다. 전두환 역시 이러한 전철을 답습했다.

1987년 개헌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지만, 적대의 정치는 심화·강화됐다. 적대의 저변에는 민주 진영에 대한 보수 측의 뿌리 깊은 적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운동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오류는 민주화를 주도한 세력에 이념적 굴레를 씌우고, 색깔론과 용공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웠다. 여기서 종북 좌파와 주사파라는 언어적 폭력이 극우세력을 접합시키는 강력한 허구적 이데올로기로 등장했다. 급기야 무수한 양민을 학살로 내몬 ‘빨갱이론’이 동원되기에 이르렀다.

탄핵 반대 세력은 이러한 논리를 배설하듯이 쏟아내고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자는 좌파이고, 이들은 공산주의자라는 극단적 논리가 이들을 묶는 토양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윤석열 스스로가 비상계엄 직전 발표한 담화에서 ‘종북세력과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라고 언급했다. 야당과 정권 비판 세력은 반국가 세력인 것이고, 그가 일찍이 천명했던 ‘전체주의’ 세력인 것이다.

탄핵 심판 선고는 지난주에 나오지 않았다. 피고인 윤석열은 교묘한 법적 기술에 의해 석방됐다. 검찰은 수십 년간 법원과 검찰의 관행과 실무로 여겨져왔고, 형사소송법에서 명확하게 날과 일로 계산하기로 되어 있는 명문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구속 취소의 인용에 대해 즉시항고 하지 않았다.

지난주에 국힘에서 탄핵 반대를 주도하는 세력은 국회 해산과 탄핵 각하를 주장했다. 기각도 아닌 각하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무력으로 국회를 침탈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영장 없이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정치인을 체포하려 한 불법적이고 위헌적 행위가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는 말인가.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선고를 늦춰선 안 된다. 더 이상 극우의 망동과 망언이 발붙일 수 없도록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12·3 비상계엄이 “헌법 수호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헌법 질서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다“ (박근혜 탄핵 당시 주문)는 역사의 응징과 교훈을 명징하게 천명해야 한다.

여당은 더 이상 극우세력을 숙주로, 보수라는 가치를 추락시켜선 안 된다. 최고 헌법 기구인 ‘헌재와 선관위 등을 쳐부숴야 한다”(국민의힘 서천호 의원)는 발언에 대해 징계는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는 정당은 이미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법치를 부정하는 정당이 보수정당일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국민의힘이 극우와의 동행을 계속한다면 그들은 국민의 혹독한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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