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홈플러스·MBK, 채권 불완전판매 상호 책임 회피
12일 홈플러스 ABSTB 비대위 집회 신영-홈플·MBK 양측 주장 엇갈려 금감원, 증권사 전수조사 중…정무위, 18일 3사 대표 소환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로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제기되며 투자자 불안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신영증권과 홈플러스·MBK파트너스 간 책임론 공방전이 가열되는 만큼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ABSTB 상환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는 게 주요 안건이다. 기업회생절차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금융채무상환은 유예하고 상거래채무는 정상적으로 변제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희송 홈플러스 ABSTB 피해자 비대위 담당은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통해 홈플러스가 물건을 산다고 해서 빌려준 거나 마찬가지인데 납품업체는 다 주면서 돈 빌려준 사람은 하나도 안 주는 건 부도덕하다”며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홈플러스가 (ABSTB를)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서 빨리 돌려받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김 담당은 이번 비대위 첫 집회에서 조직 구성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당국이 요구 사항을 수용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ABSTB는 금융채로 분류돼 있다. “ABSTB는 카드사 대금을 증권사들이 유동화시킨 상품이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했을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증권업계 채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비대위가 요구하는대로 홈플러스나 카드사가 여론을 의식해 해당 상품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회생 법원이 이에 따라 자금 집행을 하면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상환돼 불완전 판매 논란은 종식된다. 홈플러스 채권자 목록 제출 기한은 18일, 채권신고 기간은 내달 1일까지다.
그동안 홈플러스 ABSTB 상품은 ▲신영증권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10여곳 리테일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ABSTB는 투자 기본 단위가 10억원대인 기업어음(CP)에 비해 1억원 단위로 진입 장벽이 낮고, 3개월 단위로 상환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에게 인기있는 상품이었다.
◆신영증권-MBK, 엇갈린 주장…강등 알고도 계획 판매 VS 불똥 떠넘기기
홈플러스 기업회생 후폭풍이 증권가로 확산되면서 ABSTB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홈플러스·대주주인 사모펀드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간 치열한 공방전이 점쳐진다.
신영증권은 ABSTB 상품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에 있다고 보고 형사고소 가능성을 내비치며 맞선 모습이다.
신영증권 측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관련해 신영증권은 주관사이기에 모든 부분 및 방안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형사고발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가능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이 돼야 하니 최대한 원만한 방법을 최우선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곽이 정해지거나 확정된 부분이 없어 대응책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자사 CP 또는 ABSTB와 같은 증권이 리테일로 판매된지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며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미리 인지해 회생절차를 계획해 의도적으로 채권을 판매한 것이라고 시사했다.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 관련이 없다”는입장문을 내고 “ABSTB나 CP 판매 주체는 증권사들로 신영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발행한 ABSTB를 금융기관에서 전량 인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실적이 개선되고 부채비율도 대폭 감소됐으며 익스프레스 매각에 대한 실사까지 진행 중이었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을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냐”며 “신평사 실무진도(신용등급이)유지될 거라고 홈플러스 재무 부서에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장에서 홈플러스 단기 운전자금을 제대로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법원의 보호 아래 회생절차를 진행해야겠다고 결정내린 것”이라며 “신영증권이 불완전판매 불똥이 튈 것에 대비해 홈플러스 측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MBK파트너스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지난달 28일 신용등급 강등 후 A3- 채권 시장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시장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는 기존 운전자금 규모에서 신용등급 강등 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신영증권에 문의했고, 이에 대해 기존 수요의 20%밖에 안될 것이라고 신영증권 측이 답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에 신영증권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MBK가 주장하는 수요예측 수치는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며 “ABSTB 시장은 등급만이 아닌 기업, 신용보강 가능성, 유동성, 금리 등을 고려해 평가되는 시장이므로 신용등급 변동만으로 수요 변동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를 준비하려면 통상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리는데 MBK가 회생절차를 준비하면서 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회생절차는 법원에서 이자를 조정하는 등 채무를 재규정하기에 짧은 시간 내 이뤄질 수 없고, 미리 준비한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유동화 상품 물량을 발행하고 3일 지난 뒤 회생신청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ABSTB는 갚지 않아도 되는 금융채라 내부적으로 장려했을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ABSTB는 CP나 회사채와 달라 홈플러스 영업활동으로 인한 결제 대금 유동화 상품으로 납품업체들이 기업카드로 결제하고 지급을 받는 것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이에 금융채란 이유로 회생 신청하고 갚지 않는 것 자체가 꼼수라는 것이다.
◆금감원 전수조사 중…정무위 3사 증인 소환
정부와 금융당국도 홈플러스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판매한 ABSTB(4019억원)와 CP(1160억원), 전자단기사채(STB·780억원) 등 홈플러스 채권 금액은 약 5959억원이다. ABSTB 중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금액은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해당 상품은 증권사와 운용사는 물론 기관으로까지 셀다운(재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10일 신영증권 등 증권사 20여개사에 공문을 보내 ABSTB 등 홈플러스 채권 판매 규모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측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대상이 된 증권사나 각사 채권 비중, 총 채권 규모에 대한 내용 등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병주(마이클 병주 킴) MBK파트너스 회장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입점협회 부회장 등 3사 대표를 소환하기로 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참석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탈세 등으로 증인 소환을 받았지만 출석하지 않고 도서관 행사에 참석해 빈축을 샀다.
정무위 소속 김현정 의원 보좌관은 “증인 의결은 정해졌지만, MBK파트너스 측이 회의에 참석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최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