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수소경제 현주소] ⑤"최우선 과제는 경제성...기술 국산화·경쟁력 확보가 우선"
'에너지 자원 경제' 전문가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대한민국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며 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만든 나라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열악한 충전 인프라에 소비자들은 수소차 운용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소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이제 수소는 Kg당 1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직접 만나 우리나라의 수소경제가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해봤다.
◆ 현실 외면한 K-수소경제...실패는 예정된 결과
본지가 만난 조 교수는 경제학자이면서도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에너지 자원 경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소를 궁극의 에너지라 일컬었다. 수소는 전기화 과정에서 이동과 저장이 가능하게 하면서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자원이기 때문이다. 또 탄소 없이 열을 낼 수 있는 물질이라는 점도 이상적이다.
하지만 수소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선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가 불가능한 이상을 목표로 세우고 ‘불가능’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다 보니 결국 실패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나라를 1등 수소 경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친환경을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빠르게 기술을 도입해야겠다는 조바심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경제적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 기술과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해 현재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운을 뗐다.
청정수소로 생산한 전력을 발전업계가 매년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CHPS는 지난해 11%의 물량(750GWh)만이 입찰됐다. 정부가 지난 7년 동안의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지만 수소경제는 제자리 걸음만을 반복한 모양새다. 이에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수소 경제’가 자생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경제적 문제와 ▲기술적 문제, ▲지리적 여건의 세 가지를 꼽았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기획 이행률은 CHPS 입찰 물량을 고려했을 때 10%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CHPS로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달성도를 가늠하긴 무리가 있겠지만 초기 계획부터가 경제성, 기술성, 지리적 여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 원전 통해 ‘핑크 수소’ 적극 활용해야
조홍종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소 공급이 안정돼야 한다. 다시 말해 수소가 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소 가격은 역행을 거듭해 초기 7000원대에서 현재는 1만3000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그레이, 그린, 블루 등 수소에 색을 입혀 구분하고 있고 이중 청정 수소를 뜻하는 그린 수소는 우리가 제대로 생산할 능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색을 구분하지 않고 가격이 싸다면 그레이 수소를 활용해서라도 기술을 개발할 인프라를 깔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8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노드하우스가 말한 것처럼 “신에너지 가격이 화석연료와 비교해 경쟁력을 가지도록 만들고 쓰게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에 대한 고민없이 재생 에너지를 늘리자며 선한 영향력에 의지하는 것은 앞으로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도입에 대한 국내외 민간, 공공 공동의 콘소시엄과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지분투자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해외 도입에 한계에 머무른다. 그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핑크 수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이나 인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은 태양열, 수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췄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결국 국내에서 유일하게 낮은 가격에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핑크 수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교수는 “에너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저렴한 열원과 발전원이 많은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수소 경제는 다른 무엇보다 수소가 싸야 하고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라며 “암모니아를 분해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수소가 비싸면 암모니아 가격도 비싸질 것이고 경제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송전망 제약이 심각하고 앞으로 원전도 계통제약이 빈번하게 걸릴 것이기 때문에 제약이 걸린 원전을 수소생산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원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당장 송전이 불가하다면 수소로 만들어 저장하고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해 근거리의 철강이나 석유화학 단지에 공급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일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곳에 수소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집적단지가 필요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산업단지나 발전단지를 중심으로 실증과 다양한 실험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소 ‘저장·운송’ 기술 경쟁력 확보하고 ‘경제적 수소’ 활용 환경 조성해야
물론 우리나라의 수소 산업도 수소 터빈, 수소 상용차 등 활용면에서는 선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기도 하다.
조 교수는 “현재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였고, 수소 혼소가 충분히 가능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실증을 하고 있는데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라며 “또 현대자동차가 수소 상용차 부분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스택 기술 향상에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K-수소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수소 활용에서의 경제성이고 관련 인프라와 값싼 수소 공급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수소가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것이 관건이다. 또 수소 활용의 핵심인 저장과 운송을 위한 기술적 투자도 이어가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스를 오래 다뤄왔지만 세계적 기업인 린데, 에어리퀴드 등과 경쟁이 안되는 부분이 압축·냉각·팽창 기술”이라며 “수소 경제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수소의 저장과 운송을 위한 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술은 수소경제 뿐만 아니라 다른 기계공학적 분야에도 매우 필요한 것으로 적극 지원하고 개발해야 한다”라며 “궁극에는 액화된 수소로 저장하고 운송하는 상용화 가능한 세상이 되어야 수소경제가 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친환경’만을 강조해서는 진척이 없을 것이다”라며 “수소 에너지 사용의 지향점은 탄소 중립의 궁극적 연료원이 될 것에 동의하지만 우선 기술적, 경제적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최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