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fps] 순식간 닥친 대홍수…골리앗 쓰러뜨린 동물판 노아의 방주
19일 개봉
《리뷰》
플로우 / 라트비아 / 84분 57초 / 6일 언론배급시사회 / CGV 용산아이파크몰
골든글로브어워드에 이어, 지난 2일(현지시간) 제97회 아카데미어워드에서도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으며 2024년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은 작품. 라트비아·프랑스·벨기에 유럽 3개국이 공동 제작했으며,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역대 오스카 최연소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자가 됐다. 수입·배급사에 따르면 감독이 라트비아 출신이며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에도 해당 국적 영화로 출품된 점을 고려해 주로 라트비아 영화로 홍보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하루아침에 평화로운 일상을 잃은 까만 고양이. 가까스로 한 낡은 배에 올라타 뜻밖의 항해를 시작하지만, 카피바라를 시작으로 각기 다른 개성의 여우원숭이·골든 리트리버·뱀잡이수리와 조우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험난한 여정 속에서 점차 신뢰를 쌓으며 하나의 팀을 이루게 된다. 고래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폐허가 된 유적을 지나며 과거 인간이 남긴 흔적을 발견하는 등 다섯의 여정은 점점 더 깊어진다.―
영화는 대사 없이 진행되는 무언극이다. 그러나 등장 주체가 동물인 만큼 관객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서로 싸우고, 물질로 보은하고, 이런 원초적 행동의 연속이다. 하늘에서 추락했지만 몸성히 착지에 성공한 주인공이 부지불식중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떠는 등의 세밀한 관찰력이 관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중간중간 추격전도 포함돼 오락성도 높다.
이야기 끝으로 갈수록 거대한 우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하나님이) 지면의 모든 생물을 쓸어버리시니 곧 사람과 가축과 기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라 이들은 땅에서 쓸어버림을 당하였으되 오직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던 자들만 남았더라”(창세기 7장 23절) 극 중 고래를 기반으로 한 신화적 존재는 고양이를 계속해 위기에서 구한다. 그 밖의 여러 초자연적 기적이 등장하며, 특히 홍수가 이를 신앙적 맥락에서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결말도 창세기 8장과 유사한 흐름을 따른다. 쿠키 영상은 절대자의 재존립 외에는 설명할 길 없는 장면이다.
오픈 소스인 블렌더로 제작됐다는 것도 화제다. 월트디즈니애니메이션스튜디오모아나 2와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인사이드 아웃 2, 드림웍스애니메이션와일드 로봇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만든 여타 애니메이션을 제쳤다는 점에서 거대 자본과 독립 애니메이션 간의 대결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점에서는 노아의 방주뿐 아니고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