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메리츠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제치고 주식부자 1위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평가액보다 많아지면서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에 올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달 6일 기준 조 회장의 주식가치는 12조 4334억 원으로 국내서 가장 높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는 2위로 밀려난 이 회장 주식가치 12조 1666억 원보다 2.2% 많은 금액이다. 조 회장이 국내 최고 주식부자 왕좌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이 회장의 보유한 핵심 주식 종목들이 다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메리츠금융지주의 파죽지세로 약진했기 때문이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을 9774만 7034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보유 주식에 이달 6일 메리츠금융 보통주 1주당 종가 12만 7200원으로 곱한 조 회장의 주식평가액만 12조 4334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작년 1월 초만 해도 5조 7475억 원 수준이었다. 이 시점에 국내 주식부자 1위 이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14조 8673억 원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이 회장과 조 회장의 주식재산 격차는 100대 38.7 수준을 보였다. 61% 넘는 차이를 보일 정도로 두 회장 간 주식재산 격차는 배(倍) 이상 벌어졌었던 것. 100m 달리기로 치면 60m 이상 거리 차이가 날 정도로 이때만 해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쉽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월 23일 조 회장의 주식재산은 6조 505억 원으로 처음으로 6조 원대에 올라섰고, 같은 해 2월 2일에는 7조 84억 원으로 7조 원대, 2월 23일에는 8조 739억 원으로 8조 원대로 진입하며 눈에 띄는 상승세 바람을 탔다.
지난해 8월 20일에는 9조 146억 원으로 9조 원대로 높아지더니, 2개월 정도 지난 10월 14일에는 10조 1363억 원을 기록하며 주식재산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2월 4일에는 11조 452억 원으로 11조 원대에 들어섰고, 같은 달 20일에는 12조 228억 원으로 12조 원대 주식재산으로 불어나기도 했다. 이달 6일에는 12조 4000억 원대 수준으로 역대 가장 높은 주식평가액을 보였다.
조 회장의 주식재산이 12조 원대로 높아지면서 이 회장과의 주식격차도 10% 내로 점점 좁혀졌다. 지난달 20일 기준 두 회장의 주식평가액 차이는 100대 91.2로 8.8%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때부터 역전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분위기는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후 하루가 지난 지난달 21일 조 회장의 주식가치는 이 회장 주식재산의 94.6% 수준까지 위협하더니, 같은 달 24일 94.8→26일 95.1→28일 96.9으로 점점 차이를 줄여나갔다. 특히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에 조 회장은 이 회장 주식재산과의 주식재산 격차를 3.1% 차이까지 좁히더니 이달 5일에는 1.1%까지 맹추격했다. 그러다 이달 6일 들어서면서 조 회장은 이 회장의 주식재산보다 많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이 회장과 조 회장은 100대 38.7 수준이던 것이 이달 6일에 100대 102.2로 역전했다.
조 회장이 주식부자 1위에 올라서면서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 순위도 지난해 1월 초 34위이던 것이 이달 6일에는 15위로 10위권대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시총 외형도 11조 9582억 원에서 24조 2595억 원으로 덩치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조 회장이 12조 원대보다 낮은 금액에서 이 회장의 주식재산을 역전시킬 수 있었던 데엔 이른바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버티고 약진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지난달 20일 이후 조 회장의 주식재산은 11조 원대로 다소 후퇴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달 6일에는 가장 높은 평가액을 기록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이 회장은 7%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조 회장은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20일 당시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13조 1848억 원 이상으로 13조 원대를 기록했었다.
하루가 지난 같은 달 21일에는 12조 9021억 원으로 12조 원대로 낮아졌다. 이후 2월 24일 12조 8904억 원→25일12조 7929억 원→26일 12조 5988억 원으로 주식평가액은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낮아졌다. 급기야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28일에는 12조 1881억 원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이달 6일에는 12조 1666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날 조 회장에게 주식평가액이 추월당했다.
여기에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종목 중 비교적 주식평가액이 높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종목에서 주식가 가치가 하락한 원인이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일 보통주 1주당 5만 8400원이었는데 이달 6일에는 5만 4300원으로 7% 수준으로 주식가치가 하락했다. 삼성생명은 9만 5500원에서 8만 5400원으로 10.6%나 내려앉았다. 여기에 삼성물산 역시 13만 2700원에서 12만 2300원으로 7.8%나 추락한 것도 이재용 회장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내주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이 회장이 조 회장에게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메리츠금융의 약진과 함께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주식종목의 주식가치가 부진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일시적 주식부자 1위 반납을 계기로 이 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와 삼성의 위상을 올려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고,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의 주가를 상승시킬만한 동력을 지속해서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