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낮아진 환율만큼 불확실성도 낮아졌나

2025-02-28     news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취임 전 1470원을 넘어섰던 환율이 트럼프 취임 한 달이 지나 1430원대로 내려왔다. 다시 1460원대로 올라와 있지만 지난달만큼 환율에 대한 우려가 크진 않다.

한국은행은 환율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며 이달 들어 미뤘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전망에 있어서도 환율의 추가 상승보다는 다시 1430원 선을 테스트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고 환율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은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정말 그럴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이 연초에 비해 낮아졌지만 불안이 잠잠해진 것은 아니고 여전히 불씨가 남은 상황에선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에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을 견인한 주된 동인은 무엇일까? 지난 연말과 연초 환율 우려 높을 때 비상계엄 사태나 우리 경제 신인도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환율의 기본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기축 통화인 달러 자체의 흐름과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차다.

여전히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제 외적인 불확실성은 크게 줄어들지 않은 상황이고, 최근 경제 성장 전망치가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금리 인하도 전반적인 우려를 반영한 상황이다.

최근 환율 하락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 그리고 유로화 환율도 하락(달러 대비 절상)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공통점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최근 축소되는 흐름이라는 점이다. 실제 미국 시장 금리인 10년 국채 수익률은 지난 1월 14일 4.79%를 2월 26일 4.25%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한 상황이다.

미국 금리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의 시선이 인플레이션 재반등 우려에서 경기둔화로 이동한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수급측면에서 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나 딥시크(Deepseek)사태 후 AI 과잉투자 우려 등의 이벤트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렸다.

문제는 이런 우려를 고려한 미국 금리 하락이 과도해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장기목표치인 2%선을 크게 웃돈 상황이고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5년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2%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관세를 비롯한 트럼프 정책은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는 측면이 부각되며 시장 금리 하락요인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 및 여러 연구결과는 물가를 통해 금리를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3월 이후 실제 관세가 부과되는 시기로 들어선 후에도 지금처럼 작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아직 표면화되지 않았지만 감세 등 트럼프 재정정책으로 인한 장기채 공급 증가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 금리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추가적인 금리 하락을 저지하는 마찰적 요인도 많다는 의미다.

1월 중순 시작된 미국 시장금리 하락이 마무리되며 정체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환율 역시 같은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높고 실제 트럼프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한 후 물가 우려가 높아지거나 3월 FOMC에서 매파적인 발언이 등장하면 미국 시장금리는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여전하고 이 경우 환율은 재차 튀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관세 부과가 본격화된 후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이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보복관세 부과와 더불어 위안화 절하로 대응할 가능성이다. 이 흐름은 이미 지난 트럼프 1기 미·중 갈등 상황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중국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대응하는 국면이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환율 안정 노력이 있겠지만 달러당 1500원 선을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은 통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연초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조금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는 있고 환율 하락으로 이번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기 상황과 대응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향후 환율 흐름은 지금과 같은 점진적 안정세를 계속 가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한국은행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기준금리차이는 1.5%에서 1.75%로 확대됐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큰 둔화를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여전히 장기 목표를 크게 읏도는 물가지표 등을 고려하면 3월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흐름에서 트럼프 관세가 실제 적용되기 시작한 시기의 추가적인 한국은행 금리 인하는 환율을 자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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