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칼럼]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1일 한국갤럽의 자체 정례 여론조사(2024년 2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의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 발표됐다.
해당 조사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조사 대비 5%p. 빠졌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2%p. 상승했다는 점이다. 이런 정당 지지율의 변화는 오차범위 이내의 움직임이기는 하지만, 5%p. 정도의 지지율 변화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중도층의 움직임이다. 직전 조사에서 나타난 중도층에서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7%, 그리고 국민의힘 32%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2%, 국민의힘 22%였다. 1주일 사이에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중도층 10%가 증발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런 중도층 이반 현상을 간과한다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조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은 진영 대결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중도층의 비율이 높지 않을 수 있고, 따라서 그 역할이 그리 지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전체 유권자 중에 중도층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역할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승자와 패자 사이의 득표율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3%p. 이내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근소한 차이라면, 중도층의 표심이 대선 승리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다. 즉, 중도층이 과거보다 소수라고 할지라도,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영 대결 구도를 예상하며 중도층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중도층 이반이 심각한 국민의힘은 위기감을, 민주당은 나름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중도층은 왜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민주당 선호 현상을 보이게 됐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덕분에 중도층이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유력 대선 주자가 변신을 시도한다고 쉽게 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즉,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시간 축적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미지 변화를 위해서도 이미지 형성에 소요된 기간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재명 대표는 그동안 이른바 말 바꾸기 논란에 수차례 휩싸인 바 있기 때문에, 변신을 위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이 대표의 ‘중도·보수’ 주장 때문에 중도층이 움직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도층이 국민의힘 지지를 거두게 된 이유는 분명한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국민의힘의 탄핵 반대를 꼽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비율이 60%에 달하는데, 국민의힘은 자신들에 대한 지지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탄핵에 반대하고 있으니, 탄핵 찬성 세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도층이 이를 반길 리 만무하다. 이런 국민의힘의 모습은 중도층의 반감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 보수 혹은 중도 보수들 역시 이런 국민의힘의 입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명태균 씨 관련 논란도 중도층 이탈에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 명태균 씨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당한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지금 윤 대통령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명태균 씨 논란이 다시 주목받게 되면, 윤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은 증폭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금과 같은 중도층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명태균 관련 윤 대통령 부부 의혹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탄핵에 반대하는 듯한 입장 역시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단은, 자신들 주장의 논리적 부정합을 인정하고, ‘계엄령은 잘못됐지만, 탄핵은 반대한다’라는 식의 주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런 논리적 부정합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대선에서의 승리는 요원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금이라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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