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렬 칼럼]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복귀한다고 믿을까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12·3 ‘계엄의 밤’의 생생했던 장면들은 산산이 흩어지고 있다. 그 공간을 억지와 궤변, 모순과 억측이 똬리를 틀었다. 탄핵 반대 집회 규모는 늘어나고 있고, 계엄 직후의 탄핵 찬반의 격차는 여론조사에 대한 의심이 들 정도로 급격하게 좁혀졌다.
탄핵 반대 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을 무기로 입법 탄핵 예산을 ‘농단’했다고 규정하고, 이를 헌법 제77조에 명시되어 있는 ‘전시와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는 기이한 논리를 만들어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법원, 경찰이 사실상 내란을 획책(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했다는 궤변도 만들어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면회 온 친윤 의원들에게 “비상계엄 선포는 나라가 여러 위기에 있다는 판단에 따라 헌법 절차 범위에서 모든 게 이행됐다”고 했다. 이미 변론기일에 나왔던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조대현 변호사) 등의 논리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계엄군의 국회 난입, 폭도들의 법원 침입, 민간인들의 국가인권위 점령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급기야 헌법재판소에 대한 침탈을 모의하는 정황들도 드러나고 있다. 끊임없는 법리 시비, 헌재에 대한 공격 등을 통하여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고 강성지지자를 결집시켜 국면을 바꾸려는 시도야말로 내란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계엄 선포가 헌법 제77조의 선포의 구성요건에 부합하는지의 여부, 국회 활동 방해가 있었는지, 계엄선포 절차는 적법했는지를 가리는 것이다. 헌재는 이에 근거하여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 여부, 위헌·위법한 행위였다면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었냐를 심판하면 된다.
헌재는 형사재판을 하는 기관이 아니다. 헌재 심판은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짓는 징계 재판의 성격을 갖는다. 그럼에도 내란죄 형사재판의 결과를 보고 탄핵 심판을 진행하자는 ‘법꾸라지’들의 주장은 부박하고 비겁하다. 본질을 외면하고 거짓과 억지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세력들의 상호작용이 악순환하고 있다. 퇴행과 역행이 일상이 된 민주공화국이 바야흐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계엄 이후 빠른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보여줬지만 의외로 상황은 반동의 조짐까지 보인다.
그러나 폭도들과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잃은 일군의 무리들의 반동은 곧 진압될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와 관련하여 수사권 시비를 제기하고 체포영장의 적법성 여부를 문제 삼았지만, 내란 혐의자 측이 낸 이의신청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고, 체포적부심은 그들이 소관 법원으로 주장했던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역시 기각됐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은 발부됐고, 구속기소 됐다.
이후 헌재심리에서 또다시 증인에 대한 주신문과 반대신문의 시간을 문제 삼고, 하루 전에 반대신문의 사전 제출 등에 대해서도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절차의 문제를 쟁점화하고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교리’가 윤 대통령의 극렬지지자들에게 전파된다. 급기야 인권의 보루라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권고안을 의결했다.
헌재의 최종 결론은 오래 가지 않겠지만 탄핵 기각 시 그 후유증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 파면 시 극우화된 극렬 보수층에 의한 극단적 선동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지금이라도 온갖 법리를 동원해서 사소한 심판 절차를 문제 삼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재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어 탄핵 인용 시 불복할 명분을 쌓는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만하다. 계엄이 그리도 정당하고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필요했다면 당당하게 심판 결과를 기다릴 일이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불복해서 극렬 보수층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를 셈인가. 탄핵 반대 세력의 규모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중도층에서는 탄핵 찬성이 압도적이다.
양극화되고 극단화하고 있는 양 진영의 대결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당위에 동의한다면 극우세력에게 끌려다니면서 스스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퇴행을 멈춰야 한다. 보수의 퇴락은 진보의 퇴행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법치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는 존립을 상실한다. 국민의힘이 이에 책임질 것인가. 국민의힘이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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