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트럼프발 관세전쟁, 우선 주목해야 할 부담은 ‘환율’

2025-02-14     news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관세 압박에 대한 우려는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비용 등에 기반을 둬 우리 수출이나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하는 분위기지만, 상대적으로 환율에 대한 언급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관세 압박 국면에서 우선 우려하고 고민해야 할 부담은 환율이다. 관세 압박이 실체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 환율을 결정하는 주된 동인이 교체되기 시작하고 환율 수준이 현재 보고 있는 수준보다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부담을 커져 있는 환율로 인한 경제적 압박이 훨씬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와 환율은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관세 압박과 이로 인한 무역갈등은 어떤 경로를 거치든 결국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의 강세로 연결되고 상대국 통화의 절하로 이어진다. 무역 갈등과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부진은 미국 경제 역시 예외가 아니지만, 이 경제적 피해와 수반된 불안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함으로써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로 연결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나라도 드러내 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관세 압박에 대응하는 가장 주된(또는 효과적인) 대응은 자국 통화의 절하라는 점이다. 관세 부과가 수출국가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인 만큼 환율 절하를 통해 가격 상승 압박을 희석할 수 있다는 유혹에 노출된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중국 위안화 환율이다. 이번 트럼프발 관세 압박의 가장 주된 상대는 중국이고 두 나라 사이의 무역 갈등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그리고 우리나라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미국의 관세 부과 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미국 관세 공격이 실제 중국에 타격을 주는 강도라는 방증일 수도 있고 중국의 실질적인 대응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지난 트럼프 1기 미·중 갈등 상황에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는 시기, 미국의 관세 부과에 중국 역시 보복 관세로 대응하며 양국의 관세율이 같이 오르는 모습을 뚜렷이 보여주는데 관세 못지않게 위안화 환율 역시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에 맞춰 가파르게 절하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드러내 놓고 공표하거나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의도된 위안화 절하는 보복관세나 우회 수출과 함께 미국의 관세 공격에 대응하는 중국의 주요수단이었음을 의미한다. 이번 국면에서도 미국 관세 압박이 심화되기 시작하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한 충격 흡수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기 때와 달리 최근 캐나다나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에 대한 봉쇄를 병행하고 있고 디플레를 걱정하고 있는 물가 상황이라는 점 등을 생각해 보면 환율 절하 유혹은 더 커진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우리나라에도 큰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원화 환율과 중국 위안화 환율은 밀접하게 움직인다.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교역 구조로 돼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은 중국에 대한 투자나 위안화 투자에 대해 우리나라 원화가 대체 투자처의 역할도 일정 부분 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미국 관세 압박이 본격화되고, 이 압박을 중국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면 우리나라 원화 환율도 이에 연동돼 추가 절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원화 절하 요인(또는 환율 상승 요인)이 추가되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중국이 자국 통화 절하를 통해 대응하는 국면이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환율 안정 노력이 있겠지만 1달러당 1500원 선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환율이 과거 외환위기 국면처럼 우리나라 신용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이미 고환율은 우리 경제에 부담요인이다. 물가를 상승시키고 있고 기업의 수익성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결국 성장률을 하락시키고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연말 비상계엄 국면과 연초 트럼프 2기 출범을 거치며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는 2% 전후에서 1.6%~18% 수준으로 낮아져 있는데 관세전쟁이 본격화되면 추가 하락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중국이 관세 부담을 위안화 절하를 통해 완화하는 부분은 아직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대응이 실제 이뤄지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을 넘어서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경우 경기 악화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관세에 대한 뉴스만큼 위안화 환율 움직임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국면에서는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성장률이나 기업 수익성은 낮아지고 신용위험도는 높아지지만, 물가 상승압 력은 되레 증가하고 환율 관리에 대한 필요성과 압박은 더 높아지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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