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리더탐구] 양형근 민국저축은행 대표, 저성장 극복·M&A 성사 과제 '직면'
국내 은행들이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비대면 등 디지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최근 은행업권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은행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뒷받침된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각 은행마다 현 은행장들의 지나온 발자취와 임기 동안의 경영 실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양형근 민국저축은행 대표는 국내 1세대 저축은행이자 오너계 저축은행인 민국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그는 아버지인 창업주 양한규씨가 돌아가신 1997년 이후 사장으로 취임한 2세 경영자로, 약 30년 가까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양 대표 또한 60대 후반의 나이로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시기를 맞았지만, 저성장 극복과 인수‧합병(M&A) 성사에 대한 과제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민국저축은행은 동부, 조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울 권역의 1세대 저축은행이다. 1972년 양한규 창업주에 의해 설립됐으며, 이듬해 중구 충무로를 중심으로 상호신용금고 업무를 개시하면서 서민금고 기관으로서의 뿌리를 내렸다. 2025년 기준 오너일가는 저축은행 지분을 100%로 확보했으며, 각각 ▲양형봉(51.88%) ▲양형근(45.69%) ▲양현수(2.43%)로 집계됐다.
민국저축은행은 2019년 경영권이 매물로 나오게 됐다. 60대 후반에 접어든 양 대표가 경영 사정과 승계 문제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서다. 그는 성장 정체 문제와 함께 상속세 딜레마에 빠져들자 자녀에게 경영권 넘기기를 단념하고 M&A로 눈을 돌렸다.
저축은행은 기본 상속세(50%)에 경영권 할증 과세까지 포함해 최대 60%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오너일가가 소유한 민국저축은행이 공제 혜택 없이 3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경우 증여·양도세가 최대 9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업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가업승계공제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에도 견고한 체력을 유지한 민국저축은행은 M&A 시장에서 메리트 있다고 평가받는 매물로 통했다. 또 성장 잠재력을 가진 서울 소재 저축은행이면서 신규 인가가 불가능하고 영업구역 규제까지 있는 업권이란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
한때 현대자산운용이 민국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었지만, 2020년 양사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SPA) 이후로 사실상 중단됐다. 인수자인 현대자산운용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 등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상황이 장기간 지체되면서 민국저축은행은 M&A 시장의 잠재 매물로 전락했다.
그러나 민국저축은행은 매각에 처음 나서던 2019년 이후 실적이 고꾸라지고 있어 당초 희망하던 매각가를 밀어붙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부진은 저축은행들이 국내외 경기 침체 국면 속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까지 맞으며 장기간 성장이 정체된 업권 특성에서 비롯됐다. 민국저축은행은 적자를 면했지만, 실적이 최대 12배 이상 감소돼 희망 매각가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민국저축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24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43억5100만원) 대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2021년 연간 순이익 98억원에서 이듬해 59억원으로 급감하더니 2023년엔 8억원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