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궁 칼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2025-01-30     news
이궁 전 CJB청주방송 대표이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and the Weird)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이 출연했던 영화로 2008년에 개봉했다. 1930년대,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만주의 축소판 제국 열차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의 남자 얘기를 그린 영화다. 제목이 재미있어 기억에 남는 영화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말의 성찬(盛饌)’이라는 말도 생겼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이 진행되면서 우리 정치권에는 그야말로 많은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 보자.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 그 말들을 곱씹어 보자.

“우리가 윤석열을 구치소에 가서 빼내 올 수 있다”

무슨 교회 목사라는 전광훈의 말이다. 나쁜 말이라기보다는 무서운 말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윤석열을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구치소로 몰려가 구출해 내자는 것이다.

그는 광화문 집회에서도 “국민 저항권이 완성되었습니다. 서부지방법원 주소를 한번 띄워 주세요. 자 우리는 빨리 그쪽으로 이동을 해야 됩니다”고 외쳤다. 목사를 넘어 법률가가 된 듯한 발언이다.

촛불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전광훈이 “극렬 지지자들을 부추겨 법원에 난입하게 만들었다”며내란 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폭력 집단 난동 사건과 관련해 전광훈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광훈이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여러 사건을 병합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전광훈이 집회 참석자들을 선동해 폭력 난동을 유발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이며, 전광훈의 발언 전체를 분석해 난동 사건에서의 역할을 규명할 예정이다.

전광훈은 이전에 자신이 예수도 혼낼 수 있다고 호언했던 사람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등을 옹호해 논란이 된 한국사 강사 전한길의 얘기도 기가 막힌다.

“대통령님이 스스로 희생을 선택했다. 대통령께서 우리를 사랑한다면 우리 역시 사랑으로 보답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손잡고 남북통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해야 한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회가 바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대통령이 6시간 만에 공식 해제했다. 이날 잠들어서 다음 날 비상계엄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너무 평화롭게 끝나서 다행 아니냐? 계엄령인지 계몽령인지 각자 판단하시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보수논객 조갑제의 만각(晩覺)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조갑제닷컴 대표 조갑제는 “12.3 비상계엄의 제1 목표는 김건희 여사 보호였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2월 10일이 김건희 특검법 표결 예정일이었고, 통과될 위기였다. 그래서 김건희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포고령 자체가 거짓말이었다. ‘파업 중인 전공의가 48시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하겠다’고 했지만, 전공의들은 파업하지 않았다. 사표를 내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었는데 이를 파업으로 규정하고 처단하려 한 것은 한동훈과 전공의에 대한 억하심정이 있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건희가 갑이고 윤석열이 을이라는 관계에서 두 사람에게 드리워진 주술과 음모론이 결합해 이번 망상적 계엄이 나온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조갑제는 대통령 윤석열이 “보수를 참칭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윤 대통령의 정책과 행보가 보수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는 사실, 법, 자유의 세 가지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며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라는 거짓 주장을 펼치고, 불법적 계엄령을 통해 자유를 억압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후 명분으로 강조하는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선 “대선을 0.73%포인트 차이로 이겼으면 다른 나라에선 막 들고 일어났을 거다. 한국은 선관위를 믿으니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승복한 것 아닌가”라며 “가장 공정한 선거를 부정선거로 모는 것, 이게 부정선거”라고 말했다.

그의 이전 발언들과는 사뭇 다른 견해다. 흙탕물 속의 한줄기 청수(淸水) 같은 말씀, 나이가 들면서 총기가 살아나신 것인가.

국민들을 웃기려고 하는 건지, 개-돼지로 인식해서 그러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말들을 한 사람도 있다.

윤석열의 변호인 송진호는 “사상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의원,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 한 것을 김병주 의원이 둔갑시킨 것 맞지요?”라고 윤석열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윤석열의 답변. 이쯤 되면 헌법재판소 재판정은 이미 코미디 녹화장이다. “바이든 날리면”의 재판이랄까.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난 계엄이다. 빨리 끝날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윤석열도 가세했다.

윤석열과 김용현의 ‘말맞추기’식 대화도 헌재 재판관들을 웃겼다. “계엄 포고령 집행가능성은 없지만 상징적인 거니 놔두자고 했는데 그 상황은 기억하고 계십니까?” “(대통령님) 말씀을 들으니까 기억납니다” ‘사랑’ 대신 ‘기억’을 주고 ‘기억’을 받는 트로트 가사 같은 장면들이다.

변호인 전언에 따르면, 윤석열은 “각오하고 시작한 일, 당당히 대처하자”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걱정의 시선도 뒤따른다.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는 희한한 개그가 슬프다. 김건희가 ‘오빠’에게 쏘아붙인 “‘개헌’이나 해”를 “‘계엄’이나 해”로 잘 못 들어 이 사단이 발생했다는 우스갯소리는 그중의 히트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영화가 아닌 우리 현실 정치판에도 그대로 있다. 말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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