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그룹 ‘근간’ 롯데웰푸드 분할매각 검토

롯데웰푸드, 제빵 사업 분리 매각설 나와 희망매각가 1천억원…“아직 확정된 바 없어” ‘체질 개선’ 속도내는 롯데, 부진 사업 정리나서

2025-01-20     신용수 기자
롯데웰푸드 사옥 전경. 사진=롯데웰푸드

지난해말부터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그룹의 근간인 식품 부문의 재검토에 나섰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의 제빵사업 부문의 매각까지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수원, 부산, 증평에 위치한 생산 공장의 제빵사업 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기업 현황을 담은 투자 안내서를 지난해 말부터 주요 기업들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롯데웰푸드 제빵 부문의 생산 시설인 수원 공장과 부산 공장, 증평 공장이다. 생산라인과 함께 물류망 등 부문까지도 분리 매각한다는 목표다. 희망 매각가는 약 1000억원 안팎이다.

롯데웰푸드는 2022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해 출범했다. 합병 전부터 양사는 제빵, 육가공, 빙과 등 일부 생산 시설이 중복돼 이를 매각하거나 통합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중에서 제빵 사업 분야를 정리한다면 여유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웰푸드는 지난해에 증평 공장을 매각하려 했으나 막판에 거래가 불발됐다.

롯데웰푸드는 ‘기린(KIRIN)’ 브랜드로 제빵 사업을 벌이면서 편의점 유통,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소매점 매출 기준으로 제조사별 시장 점유율은 SPC삼립이 69.2%로 가장 높고 롯데웰푸드가 9.8%로 그 뒤를 잇는다.

제빵사업 매각설에 대해 롯데웰푸드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웰푸드는 “현재까지 제빵사업 부문 운영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며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웰푸드가 매각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사실무근인 매각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론에 나선다. 반론이 없을 시에는 매각설에 힘이 실리게 된다.

신동빈 롯데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9월 벨기에 신트니클라스 소재의 길리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부터 체질 개선을 강조하며 올해 경영 키워드로 쇄신을 강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탄생하게 된 롯데제과도 원점에서 돌아가 매각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건전화에 나서면서 4개 사업군(식품군‧유통군‧화학군‧호텔군)에서 매각 작업에 나서왔다.

롯데그룹 유통군에서는 백화점과 마트가 점포·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리스백) 점포인 롯데백화점 분당·일산·상인·포항·동래 등 5개점은 건물주인 캡스톤자산운용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롯데마트도 수원 영통점을 87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최근에 체결했다.

화학군인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신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롯데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했다.

호텔군에서는 호텔롯대가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렌탈 지분의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식품군에서도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9월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는 한국과 일본 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모여 실질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다.

여기서 롯데웰푸드 제빵사업 부문 매각까지 이뤄진다면 시설 증축과 해외사업 확대에 자금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롯데웰푸드는 인도, 카자흐스탄 등 해외법인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