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트럼프 취임’ 트럼프 리스크의 변곡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20일)이 다가오며 그의 언행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주된 기류는 ‘우려’다. 그리고 금융시장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 시장 금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연준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있음에도 가파른 상승을 지속해 5%(10년물)에 육박하고 있고, 달러인덱스도 110선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로 불안감에 노출돼 있다.
다시 맞이한 트럼프 시기는 바이든 시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고 외풍에 취약한 경제와 안보 구조를 가진 우리로서는 불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상황이다.
계속 이런 흐름이 이어질까? 일단 향후 흐름의 실마리는 과거 경험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럼 지난 2016년 말과 2017년 초 ‘트럼프 1기’ 출범 전후는 어땠을까? 지난 1기 트럼프 정부 출범 전후 금리나 환율 흐름을 보면, 트럼프 당선은 미국 시장 금리와 미 달러 가치의 가파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 공약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도 트럼프는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관세’와 ‘감세’ 그리고 ‘반이민’으로 상징되는 정책을 내걸었다. 더불어 시장 우려도 커지는 국면이었다. 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기존의 정책과 접근 방법을 부정하는 성향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언행 등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시장 우려는 조금씩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미국 금리와 미 달러 가치 상승도 조금씩 진정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트럼프 리스크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반작용일 수도 있지만, 공약의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지게 되면 파급효과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완만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공약에 대한 두서없는 해석이 난무하는 메시지들이 트럼프 1기 각료들이 채워지며 정제된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트럼프 취임은 트럼프 리스크의 분기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취임 후 트럼프 집권기에도 트럼프가 일으키는 여러 마찰 등 트럼프발 리스크는 지속됐다.
하지만 정책으로 변하는 과정을 거치며 막연한 추측에 의한 불안은 제거됐고, 공약에 비해 정책은 확연하게 순화됐고, 당초 우려보다 유연하게 적용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미국 금리나 환율 움직임을 보면 이번 트럼프 취임을 전후로 한 시기도 트럼프 리스크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 주가지수의 움직임은 추세만 비슷할 뿐 유사성이 조금 떨어지는 모습도 있지만 정책 영향에 더 민감한 금리나 달러 가치는 비슷한 흐름을 보여 준다.
이미 공약에 기반한 트럼프 리스크 우려를 상당 부분 선 반영한만큼 향후 추가로 더 확대되기보다는 완만하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리스크가 ‘공약에 기반한 트럼프 2.0’에서 ‘현실적인 트럼프 정책 2.0’으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격 변수는 아무래도 환율이 직접 영향을 받는 변수일 텐데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트럼프 1기 출범 시기의 움직임은 놀라울 만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두고 관세와 감세를 트레이드마크로 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트럼프 2기에도 공약에서 제시한 형태로 실제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공약대로 시행되는 데 따른 미국 경제의 부담이 작지 않고, 이 부담은 언제든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에 치명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나 반이민으로 인한 물가 우려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2023년과 지난해 미국경제가 호황이었음에도 정권 교체가 일어난 것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고금리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물가 압력에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우려가 더해지면 고금리 압박은 심해지고, 이는 미국경제에 누적적으로 부담을 지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책 의지는 구현하는 방향으로 현실과 타협된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1기는 그 좋은 선례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트럼프 공약은 충격과 공포였지만 실제 정책은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나왔고 다수 경제정책은 공약에 비해 순화됐다. 상황이 유사하다고 미래가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는 않지만, 경험에서 논리적 교훈을 얻을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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