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산하 리가켐바이오, 항암제 ADC 내세워 잠재력 인정받아

고형암·혈액암 치료제 임상·기술이전 성과 오리온 현금 유동성 바탕, 임상1~2상 주도 리가켐 성과, 오리온 주가·실적 향방에 긍정적

2025-01-10     신용수 기자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옥 전경.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구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 인수 1주년을 맞아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오리온의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임상시험 고도화에 나서면서 사업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약진은 앞으로 오리온의 주가와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달은 리가켐바이오가 오리온에 인수된지 1년째가 된다. 오리온은 지난해 1월 인수 계획을 밝혔고 같은해 3월 리가켐바이오 지분 25.73% 인수를 위한 주식대금 5485억원의 납입을 완료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전문사다. ADC는 항암제 분야에서 각광받는 기술로 전신에 약을 투여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일부 부위에 암세포를 타격한다.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항암제 분야의 기술이라는 점에서 리가켐바이오는 인수 전부터 수차례 기술 수출 계약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오리온에 인수된 이후 리가켐바이오는 임상 전략 변화에 나섰다. 기존에 리가켐바이오는 전임상 등 초기 개발단계에서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을 택했다. 대규모 자본 유치가 쉽지 않은 바이오텍(바이오 기술사) 입장에서 실패시 부담이 큰 임상보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약 후보물질 기술 이전으로 파트너사의 임상에 따른 비용을 회수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리가켐바이오는 오리온에 인수된 후 1년동안 자체 임상을 늘렸다.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을 이전하는 것과 임상 1~2상에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앞으로 얻게될 로열티부터 상업화에 따른 추가 비용 확보까지 큰 차이가 있다.

오리온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리가켐바이오에 4698억원을 투입하며 막대한 지원에 나섰다.

리가켐바이오는 ‘비전 2030’을 통해 5년 내 약 15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5개 이상의 자체 임상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LCB84 ▲LCB71 ▲LCB73 등 3개 ADC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했다. 해당 물질이 2상으로 넘어간다면 더욱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상업화가 기대되는 후보물질도 여럿이다. 중국 포춘제약에 기술이전된 HER2 표적 ‘LCB14’, 중국 시스톤에 기술이전한 ROR1 타깃 ‘LCB71’ 등은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 수령이 기대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신년을 맞아 연구개발비 투자를 3000억원대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연구개발비 725억원과 비교해 36% 증가한 것이다. 투자비 확대를 통해 3년 안으로 10개 이상의 시험계획서(IND) 승인이 목표다.

리가켐바이오가 두드러진 성과와 함께 R&D 투자를 늘리면서 파트너사들도 늘어났다.

세계적인 수준의 CDMO(위탁개발생산)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리가켐바이오와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양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올해 3건 이상의 ADC 프로젝트에 대해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리가켐바이오가 신규 ADC 생산시설에서 쓰는 임상시료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도 ADC 생산 경험이 없는 만큼 이번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더욱 늘릴 수 있다.

또 리가켐바이오는 이노보테라퓨틱스와 차세대 ADC 공동 연구 및 기술 이전 옵션 계약을 체결했고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와도 신규 항암제가 적용된 ADC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에 착수했다.

이러한 리가켐바이오의 약진은 막대한 투자에 나선 모기업 오리온에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했을 당시 이종사업 결합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로 리가켐바이오 인수 공시 다음날인 지난해 1월 16일, 오리온의 주가는 전일 대비 2만500원 하락한 9만66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리가켐바이오의 성장력과 수주 성과가 인정받으면서 오리온의 주가는 다시 안정세를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오리온 주가는 1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주가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력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12만원선으로 올라섰다. 2023년 10월 최저점 3만2400원과 비교해 4배를 넘어선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오리온에 피인수된 이후 회사 가치를 높이는 호재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며 “시장에서 ADC 원천기술에 대한 가치를 높게 보고 있어 향후 주가와 실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