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주총서 ‘4인연합’ 우위…“박재현 체제 유지”
오너가 4인연합, 한미약품 현 체제 공고화 박재현 “독립경영 유지…경영권 분쟁 종식해야” 임종훈 “주총 결과 존중…갈등 초래해선 안 돼”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 ‘4인 연합’이 우위를 차지했다. 분수령으로 평가되던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수 주주의 표를 얻어내면서다.
19일 오전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및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한양정밀 회장) 해임 건이 부결됐다.
또 이들의 해임을 전제로 하는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건도 부결됐다.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안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날 표결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기존 4(형제 측)대 6(4인 연합)에서 6대 4로 개편하려던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등 한미약품그룹 오너 형제 측 계획은 무산됐다.
그간 형제 측은 4인 연합 측 인사인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을 해임하고 형제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준석 사내이사와 장영길 사내이사를 한미약품 이사회에 진입시켜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4인 연합이 우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날 열린 임시 주주총회 표결 결과 1021만 9107주(출석율 80.59%) 중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결권 지분(96.34%)을 한미약품 측이 얻어냈다.
이날 박재현 대표 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임종윤·종훈 형제 등은 임시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박재현 대표는 이날 임시주총이 끝나고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통해 소모적 다툼보다는 회사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을 빨리 종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독립경영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한미사이언스와의 위탁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독립경영이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이 최근 고발전으로 비화한 데 대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측이 고소·고발을 취하해야 한다”며 “한미약품의 업무는 정상화 돼야한다. 정상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도는 4인 연합 측 5명, 형제 측 5명으로 동률이다.
앞서 4인 연합은 지난달 열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구도를 기존 4(4인 연합)대 5(형제 측)에서 6대 5로 뒤집으려 했다. 그러나 이사 수를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사회 구도는 5대 5 동수로 재편됐다.
이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음해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까지도 경영권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형제측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도 “갈등을 초래해서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냈다.
임종훈 대표는 성명을 통해 “주주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부디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했다.
다만 임종훈 대표는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 재편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꺾지는 않았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는)매우 아쉬운 결과이나 해임요건에 해당하는 여러가지 사실과 상황들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며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 주주들의 판단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