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가맹점주 관계 개선 노력…“소통경영 시험대”
가맹점주 “차액가맹금 폭리…본사, 사전합의 없이 가져가” bhc “차액가맹금 관련 부문 계약서 명시…문제 없다”
치킨업계 ‘매출 킹’ 자리를 차지한 bhc그룹(다이닝브랜즈그룹)이 가맹점주와 차액가맹금 소송을 앞뒀다. 이에 취임 1주년을 맞은 송호섭 다이닝브랜즈그룹 대표가 가맹점주와 분쟁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빅3의 매출 순위는 bhc, 제너시스BBQ, 교촌치킨 순으로 나타났다. bhc는 2022년 처음으로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별도기준 bhc치킨의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5.5% 늘어난 5356억원이다. 2018년 1469개였던 가맹점수도 지난해에는 2202개까지 늘어났다.
매출액에 맞춰 영업이익률도 우수하다. bhc치킨의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30.1%로 교촌(5.67%)이나 BBQ(16.83%) 등 다른 브랜드보다 높다.
실적 상승세와는 달리 bhc는 그간 박현종 전 회장과 BBQ 소송전, 가맹점 분쟁, 브라질산 닭 사용 등으로 질타를 받아왔다. 이에 bhc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11월 박원종 회장을 해임하고 스타벅스 출신의 송호섭 대표를 새롭게 선임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송호섭 대표는 1970년생으로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을 나왔다. 그는 나이키 코리아 마케팅 디렉터를 비롯해 로레알코리아, SC존슨코리아, 앨러건코리아, 언더아머코리아 등 외국계 회사를 경험하며 외국계 소비재 분야 전문가로 불린다.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에서도 3년간 회사를 이끌며 확장 전략을 펼치면서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다만 2022년 6월 스타벅스의 캐리백에서 1군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한국소비자원 등의 조사가 이뤄지면서 100만개 이상의 제품을 공식 리콜 조치됐다. 그 과정에서 400억원 이상의 일회성 비용이 지출됐고 스타벅스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송호섭 대표는 그해에 중도퇴임했고 2023년 11월에 다이닝브랜즈그룹의 대표로 선임되며 복귀했다. 다이닝브랜즈그룹 취임 후 송호섭 대표는 ▲리브랜딩 ▲가맹점 관계 회복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해왔다.
bhc그룹은 그간 종합외식기업을 목표로 외식 브랜드를 인수해왔다.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에는 치킨 브랜드에서 벗어나 브랜드 법인 간 경영효율화와 시너지 제고를 위해 따로 운영해오던 브랜드 법인을 통합해 ‘다이닝브랜즈그룹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서 bhc치킨 모델로 지난 10년간 활약했던 배우 전지현을 황정민으로 교체했다. 또 올림픽 탁구 스타 신유빈 선수를 대표 제품 ‘뿌링클’ 모델로 내세웠다.
송호섭 대표의 장기인 해외사업도 확대됐다. 해외 매장 오픈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들어 bhc치킨의 17개 해외 매장이 문을 열었다.
박현종 전 회장 체제에서 가장 큰 문제였던 본사와 가맹점주와의 갈등구조를 풀기 위해 간담회도 정례화했다. 송호섭 대표는 올해 1월부터 열린 전국 7개 권역 가맹점주 간담회에 모두 참석해 가맹점주와 소통했다.
모바일 쿠폰 수수료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자사앱 활성화에 나섰고 조리 로봇인 ‘튀봇’의 매장 도입 확대도 나서고 있다. 가맹점주 수익 개선 차원에서 납품용 튀김유 공급가를 기존 가격 대비 4500원 인하했다.
또 가맹점주 건강검진 지원 확대를 비롯해 ▲자율분쟁조정협의회 출범 및 상생협약 체결 ▲우수가맹점 시상 ▲가맹점 자체 사회공헌활동 본사 지원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 경영 정책을 지속해서 펼쳐가고 있다.
이렇듯 송호섭 대표는 취임 후 1년간 가맹본사와 가맹점주간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으나 그간 노력이 무색할 정도의 위기가 닥쳐왔다. bhc치킨 가맹점주 280여명이 가맹본부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곧 제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필수물품을 점주에게 판매해 차익을 얻는다. 이를 차액가맹금으로 업계에서는 통칭한다. 예를 들어 본사가 구입한 닭 한마리 원가가 4000원일 때 이를 가맹점에 5000원에 납품한다면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 되는 식이다.
앞서 법원이 한국피자헛의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 2심에서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주자 롯데슈퍼와 롯데프레시 점주도 최근 소송에 나섰다. 이어 bhc치킨 가맹점주들도 소송채비를 하고 있다.
bhc치킨 가맹점주 A씨는 “가맹계약서에는 본사가 차액가맹금을 가져간다는 내용이 없었으나 최근 본사가 이를 추가한 계약서를 보내왔다”며 “본사가 사전 합의 없이 부당하게 유통 마진을 남기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차액가맹금이 2020년 기준 18%에 달할 정도로 폭리 수준”이라며 “가맹계약서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없고 정보공개서에만 기재돼 점주가 사전에 알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가 지난 8월께 가맹본부에서 받은 계약서를 보면 ‘가맹본부는 가맹 사업 운영비 등을 고려한 마진율을 적용해 필수 품목의 공급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bhc치킨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의 차액가맹금 소송을 토대로 승소를 자신하는 모습이다. 집단소송을 위한 점주 모집에도 나서면서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피자헛 재판에서 가맹점주의 승소를 이끌어낸 법무법인YK다.
관건은 차액가맹금에 대한 정보를 가맹점주들에게 충분하게 제공했느냐다. 그간 가맹점주들은 차액가맹금의 규모를 알기 어려워 ‘깜깜이 계약’을 하게 된다는 지적을 줄곧 제기해왔다.
다이닝브랜즈그룹 측도 이러한 지점을 언급하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 관계자는 “로열티 대신 차액가맹금을 지급받는 형태”라며 “차액가맹금에 대한 부분을 계약서, 정보공개서 등을 통해 가맹점주에게 명시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가맹점주들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호섭 대표 취임 이후 상조서비스를 도입하고 건강검진 지원에 나서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송호섭 대표가 취임하면서 가맹점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이 제기돼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아직 소송이 접수된 상황은 아니기에 가맹점주와 앞으로도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