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들였더니...” 금융株, 계엄령에 속수무책 ‘급락’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 주가 평균 5.44% ↓ 주가부양 기대받던 ‘밸류업’…10개월 만에 韓증시 불확실 요소로...

2024-12-04     신수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이 비상계엄 사태 관련 보도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이끄는 금융주들이 간밤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휘청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과 밸류업 정책의 불확실성 확대로 이날 금융주들의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급락했다. 

4일 국내 10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DGB‧BNK‧JB‧메리츠)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온통 파란 불로 물들였다. 비상장사인 NH농협금융지주는 비장상사인 관계로 집계에서 제외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전날 대비 평균 5.44% 주가가 하락세를 경험했다. 오전 장초반에는 6~7%대 급감하다 오후로 넘어가면서 다소 안정세를 찾아갔다.

이날 각 금융지주별 종가는 ▲KB금융 9만5400원(-5.73%) ▲신한지주 5만2700원(-6.56%) ▲하나금융지주 6만1600원(-6.67%) ▲우리금융지주 1만6720원(-2.79%)다. 

지방금융 등을 포함한 9곳의 금융지주 주가는 평균 4.02% 감소했다. 나머지 금융지주들은 ▲DGB금융지주 9140원(-2.04%) ▲BNK금융지주 1만1510원(-3.11%) ▲JB금융지주 1만9600원(-4.16%) ▲메리츠금융지주 10만3900원(-1.80%) ▲한국금융지주 7만8100원(-3.34%)으로 장마감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고질적인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점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자 주도한 증시 부양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금융 분야 민생토론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약 1년간 밸류업 프로그램은 순탄히 진행됐다. 금융위원회가 앞서 2월 밸류업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5월에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어 9월에는 밸류업 우수 종목을 담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고, 이달 밸류업 지수에 새 종목을 포함하는 리밸런싱(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3일 밤부터 4일 오전까지 이어진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외인들의 이탈세가 거셌다. 그 타격은 외인 자본이 몰린 은행 등 금융주에 집중됐다. 이같은 증시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금융권 일각에선 ‘밸류업’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북한과의 관계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반영된 상태인데, 이번 계엄령 선포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된 경향이 있다”며 “밸류업을 주도하는 게 현 정부고 나라인데, 한 나라의 수장이 이런 이벤트를 만들면 뒤따라가던 기업들 입장은 난처하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다만 각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소각, 주당 가치 상승, 배당 등 주주 환원을 늘리는 방향의 장기적 플랜을 계획한 대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노선을 선회하면 증시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져 버릴 수 있어서 주주와의 신뢰를 위해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