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증 부진’ 한화리츠…“수년간 회사채‧CB 발행해 자금 조달”

11월 구주주‧일반청약서 ‘실권주’ 난무

2024-12-03     신수정 기자

최근 유상증자 흥행에 쓴맛을 본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당분간 유상증자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수년간 유상증자 대신 회사채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겠다”고 향후 자금조달 계획을 변경했다. 

한화자산운용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리츠협회에서 한화리츠 유상증자 완료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전했다. 작년 연말부터 계획한 유상증자가 부진한 결과를 맞게 되면서 운용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온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리츠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진행한 유상증자에 대한 결과와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채온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은 “적게는 2년, 크게는 5년가량 소요되는 개발 자산을 선매입해 확보하는 전략을 통해 우량 자산을 편입시키고, 동시에 준공까지 유상증자 시기를 최대한 이연시키며 회사채 등 자금조달 수단으로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 효과를 일으켜 수익 증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리스 시장의 규모가 커질 때까지는 유상증자를 최소화하면서 담보대출이나 회사채 구조를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이를 통해 (주주에겐) 특별 배당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화

한화리츠는 올해 8월 28일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신규 자산으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담보대출(4216억원) 및 전기단기사채(4500억원)를 일으켜 사업비를 조달했고, 부채를 정리하고자 지난달 약 3837억원(1억900만주, 발행가액 3520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는 역대 상장 리츠 중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11~12일 진행된 구주주(기존 주주) 유상증자 공모에서 청약률 77.62%(8460만5760주)를 기록, 잔여주식(실권주) 2439만4240주에 대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가 확정됐다. 그러나 지난달 14~15일 진행한 공모에서도 신주 인수는 281만9120주에 그쳤다. 경쟁률도 0.116대 1에 불과했다. 

결국 남은 최종 실권주 2157만5120주에 대해선 계약에 따라 대표주관회사(한국투자증권)와 인수단(NH투자‧하나‧한화투자‧SK증권)이 떠안게 됐다. 이는 유상증자 이후 한화리츠의 전체 발행 주식 수(1억7960만주)의 12%를 차지한다. 

채온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은 이러한 유상증자 흥행 실패 요인으로 ▲미국 대선 등 영향으로 후퇴한 시장금리 인하 기대감과 이에 따른 국내 공모주 시장의 급격한 침체기 ▲상장리츠 시장의 최대 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수급 불균형을 꼽았다. 

채 본부장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감세, 재정적자가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시장금리를 상승시키고 금리인하 기대감을 늦춰 리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투자심리(투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증시에 머물던 자금이 해외 증시로 많이 이탈되면서 리츠 업계가 전반적으로 주가 하락을 맞은 거시적 영향도 맞물렸다”고 덧붙였다.

리츠는 평소 안정적인 배당 이익이 보장되지만, 국내 증시가 부진할 땐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투심이 악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는 리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지목했다.

채 본부장은 “올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저희뿐만 아니라 삼성, 롯데, 신한알파 등 7개사가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거의 1조원에 가까운 리츠 유상증자 물량이 공급돼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