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로젠, 지오릿 M&A ‘배임 설계’ 논란...라르고스브릭 최대 수혜
M&A 잠재 지분율, 에이프로젠(SI) 41.12% vs 라르고스브릭(FI) 44.25% 에이프로젠 보호예수 기간중 라르고스브릭 최우선 매도차익실현 가능 “지배지분 확보 못한 데다, 잠재적 주가 부담 막대해” 에이프로젠 “라르고스브릭과 관계 없다...경영권 인수 후 내막 설명 가능”
에이프로젠이 지오릿에너지 경영권 인수(M&A)에 나선 가운데, 인수 그룹 내 재무적투자자(FI) 라르고스브릭 투자조합의 실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M&A 설계상 라르고스브릭이 최대규모의 지배적 지분을 확보하는 데다, 가장 이른 시기에 우선적으로 CB를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론적으로 라르고스브릭의 의향에 따라 에이프로젠은 경영권 측면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막대한 규모의 매도 차익실현으로 인한 투자평가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에이프로젠 측은 라르고스브릭과의 연결점을 부인하면서도, M&A 설계에 관한 구체적인 내막은 경영권 인수 완료 이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피) 상장기업 에이프로젠은 지난 27일 코스닥 상장사 지오릿에너지 인수 계획을 밝혔다. 주식양수도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우선 확보하며, 후속 자금조달을 통해 지분확대에 나선다.
먼저 주식양수도계약은 에이프로젠의 모기업인 지베이스(에이프로젠 지분율 25.02%)와 함께 참여한다. 지오릿에너지의 기존 최대주주 엔투텍의 구주 2734만9049주(17.22%)를 인수하며, 1주당 인수가 1500원 기준 410억원의 대금이 투입된다. 에이프로젠과 지베이스는 각각 1734만9049주(260억원), 1000만주(150억원)씩을 갖게 된다. 잔금납입일인 내년 1월 9일 거래 종결 예정이다.
후속 지분투자는 유상증자와 CB 인수 방식으로 단행된다. 에이프로젠은 내년 5월 34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같은해 11월 149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할 계획이다. 유증 발행가액 1242원 기준 2745만5716주를, CB 전환가 1423원 기준 1049만6090주를 각각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M&A 절차에 따라 에이프로젠 측이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 지분(미전환 CB 포함) 합계 규모는 6530만855주가 된다. 이는 현발행주식총수 1억5879만786주 대비 41.12% 수준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달 1000억원 규모의 지오릿에너지 CB 투자를 예고하고 있는 라르고스브릭의 존재다. 라르고스브릭은 에이프로젠의 경영권 양수 잔금납입보다 앞서 7027만4068주로 전환가능한 CB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현주식총수 대비 44.25%에 달하는 규모로, 에이프로젠 측의 지분율을 소폭 상회한다.
M&A 설계상 에이프로젠이 지배적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향후 라르고스브릭의 의향에 따라 경영권 측면의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아울러 CB 납입일 기준 1년후부터 전환청구에 따른 매도차익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때, 인수그룹내 최우선 매도 차익실현이 가능한 것 역시 라르고스브릭이다. 에이프로젠의 인수 주식이 보호예수에 잠겨있는 기간에 라르고스브릭은 단독으로 장내매도를 단행할 수 있는 셈이다.
라르고스브릭의 매도차익실현이 현실화할 경우 에이프로젠은 자회사 지오릿에너지의 주가 급락은 물론이고, 막대한 규모의 투자 평가 손실을 입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M&A 설계상의 딜레마로 인해, 에이프로젠과 라르고스브릭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이는 실질적으로 M&A의 가장 큰 수혜를 라르고스브릭에 몰아주는 배임성 설계를 우려하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에이프로즌 측은 일단 라르고스브릭과의 연계 가능성을 일축했다.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에이프로젠과 라르고스브릭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성은 없다”며 “우선적으로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며, 인수대금 납입 시점 등 구체적인 설정에 관한 내막은 경영권 인수를 완료한 이후에 상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