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금융기관 시선으로 본 자금시장, 가계 대출·중소기업, 여전히 우려

2024-11-29     news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투자자의 시선이 내년 경제전망으로 옮겨가는 시점이다. 2025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은 기대보다는 불안이나 우려 쪽에서 형성되고 있다. 성장률 자체가 크게 악화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경기 둔화 폭은 침체를 이야기할 만큼 깊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약간 밑도는 수준이 예상된다.

실제 경제 환경은 숫자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불안할 가능성이 높고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수치로 표시되는 지표 경기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개방 경제인 우리나라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므로 투자자들의 시선도 주로 트럼프 재집권이 불러올 불확실성이나 중국 경기의 부진이 일으킬 부정적인 영향 등에 몰려있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우리 경제 내적인 불안요인이다. 올해 경제 역시 흐름으로는 수출 호전에 따른 경기 회복 국면이었지만, 실제 경제주체들이 체감하거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용어는 ‘회복’보다는 ‘침체’나 ‘부진’ 또는 ‘위기’라는 단어가 더 빈번했다. 이유는 점점 더 심화하는 양극화와 여기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가 지표와 체감경기의 격차를 확대하기 때문인데 내년에 이를 축소하거나 완화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정이나 분배와 같은 정책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겠지만 내수의 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자금 사정을 통해서도 회복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대출형태 서베이는 자금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인 금융기관 여신담당자의 눈을 통해 가계와 기업 부문의 자금 수요나 조달 여건 그리고 신용위험 등을 점검한다. 금리 흐름이나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신용등급간 금리 격차)같은 시장 지표를 비교 검토할 수 있고, 기업 부문이나 가계의 위험 여부를 조금 더 민감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내내 내수 부문에서의 불안 요인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와 중소기업의 어려운 자금 사정이다.

정부의 조치 등으로 일부 개선된 모습도 있지만,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은 여전히 우려가 해소되기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반적인 자금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경기 화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어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 설문조사인 4분기 대출형태 서베이를 보면, 가계대출은 여전히 강하게 규제되고 있는 흐름이 이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정부의 강한 규제가 일정 부분 효과를 보임에 따라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가계일반대출 수요에 대해 전망해보면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에 대한 투기적인 수요는 일부 줄어들 수 있겠지만, 생활용도자금 등에 대한 신용대출 등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영업의 운전자금도 여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이 대출수요는 소득 여건의 악화와 크게 상승한 물가를 반영하는 흐름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소비가 늘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지속해서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부문의 신용위험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가계대출수요와 대출태도의 차이와 신용카드 연체율을 보면, 뚜렷한 상관성을 보여준다.

기업 부문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큰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 부문은 금융기관 대출태도와 금융기관이 평가하는 대출수요가 모두 하락하는 모습이다. 대외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위험관리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대출태도와 수요가 모두 하락했기 때문에 우리 판단에 신용위험은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태도는 2분기 이후 조금 완화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 둔화하던 대출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 호전에 따른 투자자금도 일부 있겠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운전자금 및 유동성 확보와 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출태도는 완화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요와 태도의 격차는 다시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 지표가 어음부도율과 일정 부분 상관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부문의 신용위험은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내년에도 여전히 수출과 내수, 제조와 비제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지속해서 확대되며 불안할 경제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금융기관의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면, 여전히 가계 일반대출의 주 수요처인 자영업과 강화된 대출태도 상황에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지는 중소기업 부문이 여전히 가장 취약한 경제주체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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