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리더탐구] 김문석 SBI저축은행 대표, 업계 1위...3연임 ‘청신호’
국내 은행들이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비대면 등 디지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최근 은행업권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 같은 성장 이면에는 은행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뒷받침된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각 은행마다 현 은행장들의 지나온 발자취와 임기 동안의 경영 실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문석(59) SBI저축은행 대표는 지난해 3분기 OK저축은행에 순이익 1위를 빼앗겼다가 1개 분기 만에 탈환했다. 최근 수년간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위축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익성 하락 폭을 최소화하며 1위 지위를 굳건히 지켜내 ‘3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그는 대성고등학교,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삼성카드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입문했다. 이후 2006년까지 삼성카드 인력개발팀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일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연봉제 전환 등 인사‧조직 업무를 조정하고 계열사 통폐합 작업을 담당했다.
김 대표는 삼성그룹 나와 두산캐피탈을 거쳐 2010년 8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일본 SBI홀딩스에 인수될 수순이던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20년간 위기 상황과 조직 재정비 등 경험이 풍부한 김 대표를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이사)으로 영입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SBI홀딩스 산하에 들어가 2013년 9월 SBI저축은행으로 출범됐다. 통합 SBI저축은행의 정식 영업 개시는 2014년 11월부터다.
김 대표는 인수‧합병이 완료된 SBI저축은행의 기틀을 닦으며 2016년 당시 경영전략본부장(상무)로, 2017년엔 같은 직무의 전무로 지냈으며 2020년 경영전략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을 겸하며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2월부턴 대표이사로 발탁돼 올해 3월까지 1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 1년의 임기를 추가로 부여받아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 ‘고금리‧부동산PF’ 위기에도…업계 1위 지위 ‘굳건’
김 대표가 처음 SBI저축은행을 이끌게 된 지난해엔 저축은행업권이 전반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침체기에 접어들 때였다. SBI저축은행은 다행히 부동산 PF 규모가 크지 않아 악재를 피했지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탓에 임기 내내 수익성 방어에 열을 올려야 했다.
그의 취임 직전인 2022년 말 SBI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284억원이었다. 그러나 그의 임기 첫 경영 성적표나 다름없던 지난해 연말 순이익은 전년보다 72.8% 급감한 891억원을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자금조달 등 이자비용이 증가해 실적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저축은행업계에선 SBI저축은행이 최고 순이익을 올려 업계 1위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저축은행업권은 총 5559억원의 순손실을 낼 정도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잠시 OK저축은행에 자리를 뺏기기도 했으나 금방 자리를 되찾아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했다.
동시에 선제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금융당국 권고치를 상회하는 등 건전성 강화 기반을 다졌다. SBI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5%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1%를 상회하는 것은 물론, 저축은행 전체 BIS 비율 14.35%를 상회했다. BIS 비율은 총자산(위험자산 가중평가)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김 대표는 올해도 외형 확장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중장기적 성장 동력 발굴에 힘썼다. 자영업자 경영 환경이 여전히 어렵고, 이에 따라 대출 차주들의 상환력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연체율은 상승하고, 대손충당금 적립을 늘려야 하는 부담으로 이어져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인사업자, 개인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영역 외에 기업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3월 여의도 금융센터, 강남 금융센터 등을 오픈하고 기존 수신 위주의 영업이 아닌 기업과 투자은행(IB) 금융 등 여신 영업을 강화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미래 수익 기반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