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금투세 폐지 이어 상법 개정 추진...당 안팎 ‘걸림돌’ 산적
야권은 금투세 폐지 반대...재계·여당은 상법 개정 반대 비명계 정치세력화...이재명 ‘우클릭’ 비판 힘 받을 수도 재계와 여당 반대로 노란봉투법 두번 폐기...대통령, 재의요구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한 데 이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상법 개정이 민주당 안대로 무사히 추진될 지 의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 안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를 최대한 신속하고, 강력하게,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선 14일 민주당은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치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금투세를 폐지한 대신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민주당은 일단 상법 개정을 한 이후 금투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금투세 폐지 입장이었던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방송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금융투자 소득세와 같은 개혁은 조금 뒤로 미루고, 우선 이런 이제 자본시장을 활성화시켜서 이렇게 밸류업 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이사, 이사회의 어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그런 개혁부터 우선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투세 폐지에 대한 ‘청구서’라는 시각에 대해 김 의원은 “두가지 개혁 중에서 일단 한 개혁을 먼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 ‘걸림돌’ 산더미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에는 걸림돌이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로 입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우클릭’을 한다는 따가운 지적이 있었다. .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7일 “저 역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상법 개정안을 공동 대표 발의했고, 제가 별도로 발의한 개정안도 있다. 저는 누구보다 상법 개정을 열망한다”면서도 “하지만 금투세를 폐지하는 대신에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논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투자자의 반대가 두려워서 이미 도입된 세금을 시행도 못 하고 폐지하겠다면서, 어떻게 정부와 여당 그리고 재벌 대기업이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상법 개정의 산을 넘을 수 있겠나”라며 “상법 개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의 대안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비판해 왔다”면서 “이런 지난 입장들과 금투세 폐지 찬성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스스로 모순되는 입장을 한다면, 앞으로 윤석열 정부의 조세 정책과 재정 정책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나”라며 “비판을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일관된 신뢰를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유죄판결로 비명계가 정치세력화하는 것도 고려 지점이다.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는 등 ‘우클릭’한 이 대표에 대한 비명계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지난 총선에서 비명(비이재명)계는 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꼼수’로 불린 위성정당 설립 등을 반대하며 탈당이나 불출마를 결정하기도 했다.
◆재계와 여당이 반대한 ‘노란봉투법’ 두번 폐기돼
국민의힘과 재계의 반대도 뇌관이다. 대통령 재의가 요구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는 말이다.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식 무리한 상법 개정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코리아와 코리아의 기업들을 부러뜨리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소액주주권리 보호를 위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맞불을 놓을 방침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당정은 기업 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선량한 주식투자자들이나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소송남발, 의사결정 지연으로 기업의 신산업 진출이 가로막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의 극렬한 반대와 국민의힘의 반대 의견으로 대통령 재의가 요구됐다. 그 결과, 노란봉투법은 두번이나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지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