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택 칼럼] 불안의 시간, 하지만 ‘현실적인 트럼프 2.0’도 생각할 때

2024-11-15     news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트럼프’발 불안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덮치고 있다.

다시 맞이한 트럼프 시기는 바이든 시기와는 여러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고 외풍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입장에선 불안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금융시장의 반응은 ‘비이성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과도하고 일관되지 않은 모습이다. 트럼프 공약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만 집중 조명되는 미국 시장이나 부정적인 효과 일변도로 반영되는 한국 시장, 그리고 트럼프 무역규제 정책의 주된 대상이지만 반응이 상대적으로 무딘 중국시장 등은 이를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막연하기에 발생한다. 정권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기존의 정책과 접근 방법을 부정하는 성향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언행 등이 부각되는 국면이다.

당분간 지금과 같이 막연한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이 조금씩 안정을 찾는 것은 공약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인선 마무리를 포함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여기서 정제된 정책에 대한 윤곽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아직 남아 있는 불안의 시간이지만 대선 관련 불확실성은 종료된 만큼 ‘공약에 기반한 트럼프 2.0’에 대한 불안감을 계속 가져가기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구체적인 정책으로 모습을 드러낼 ‘현실적인 트럼프 2.0’에 대한 생각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두고 관세와 감세를 트레이드마크로 한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공약에서 제시한 형태로 실제 정책이 수립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공약대로 시행되는 데 따른 미국 경제의 부담이 결코 작지 않고, 이 부담은 언제든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에 치명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담은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정책 의지는 구현하는 방향으로 현실과 타협된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T)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공약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우리나라는 53억달러에서 448억달러 수출 감소 효과와 -0.29~-0.67%p가량의 GDP 영향을 받는데 부정적 영향은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관세부과로 인한 수출 감소 폭은 중국이나 캐나다, 멕시코, EU 및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크게 나타난다.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분절화 시나리오별로 GDP에서 순수출을 제외한 국민총지출(Gross National Expenditures, 국가 내에서 지출된 모든 소비와 투자의 합) 변화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보면, 미국의 GNE변화는 -0.21~-1.15%로 모든 국간에서 마이너스를 보여준다.

부정적인 영향은 단기간 더 크게 나타난다.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충격이 미국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 후 가장 부진한 주식시장 흐름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역정책뿐 아니라 이민이나 감세 등에서도 트럼프 캠프는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역시 경제성장이나 물가 부담 등에서 만만치 않는 대가를 수반한다.

‘공약에 기반한 트럼프 2.0’과 ‘현실적인 트럼프 2.0’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트럼프 1기는 그 좋은 선례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트럼프 공약은 충격과 공포였지만 실제 정책은 현실과의 타협을 통해 나왔고 대부분 경제 정책은 공약에 비해 크게 순화됐다.

또 하나, 트럼프 대외 정책인 관세부과와 미국 우선 보호무역은 우리나라 수출 및 무역수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부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더 견제함으로써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시간을 벌어주는 측면도 있고 세계화가 종료된 후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빈자리를 우리나라가 메우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 만큼 선입견에 의한 과도한 불안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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