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 5500억 유상증자에…증권가 “이해할 수 없는 결정”

2024-11-11     한경석 기자
사진=이수페타시스

이수페타시스의 55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증권가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다운사이드(주가 하방압력)리스크는 단순히 주당순이익(EPS) 희석에 따른 영향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11일 오전 9시 9분 장중 코스피 시장에선 전일 대비 18% 이상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앞서 8일 신주 2010만주(발행주식 대비 31.7%)를 주당 예정 발행가 2만7350원(8일 종가 대비 -13.9%)에 발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신주 배정은 내달 17일을 기준으로 이뤄지며, 내년 2월 6일 우리사주조합을 시작으로 구주주 청약은 내년 2월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일반공모 청약 기간은 2월 11일 ~ 12일이며, 신주상장 예정일은 2월 28일이다.

사측이 공시한 세부 자금 사용계획에 따르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할 5500원의 자금은 시설자금 250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2998억원 등으로 쓰일 계획이다.

유상증자와 함께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와 3000억원 규모의 2차전지 탄소나노튜브(CNT) 소재 전문 제조기업 제이오의 경영권 인수도 발표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가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에 각각 약 997억원, 420억원 등 총 1417억원 규모로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기존 최대주주 강득주 본인이 보유한 지분 중 575만주(전체 발행주식총수의 약 18.1%)도 약 1581억원에 인수한다. 유상증자 조달자금 중 약 3000억을 투입해 제이오 인수가 완료되면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의 지분 약 30.1%를 확보해 이수그룹 자회사로 편입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이로 인한 영향으로 장기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주주가치 측면에서 이번 자금 조달에 대해 기존 주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연구원은 이어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인공지능(AI) 기반 MLB(고다층 PCB) 기판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회사는 이번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투자의견은 중립(Hold)으로 제시하고, “회사 본업 실적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나 보수적인 투자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수페타시스는 코스피시장에서 이같은 대규모 자금조달에 대한 리스크를 반영한듯 11일 오전 9시 9분 기준 전일 대비 19% 이상 하락한 2만595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