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신고서'에 상장폐지 가능성 허위기재 의혹
공개매수 전후, '상폐' 관련 180도 입장 달라져 IB업계, 유상증자 위해 공개매수 기획 의심
고려아연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유동주식 수 감소에 따른 상장폐지 위험을 거론했지만, 공개매수신고서상 상장폐지 요건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혀 허위기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11일 공시한 자사주 공개매수 정정신고서 내 ‘증권시장에서 공개매수 대상 주식 등이 공개매수 이후에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항목에 ‘해당 사항 없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공개매수를 마친 지난달 30일 공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선 ‘회사위험’ 항목에 “관리종목 또는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건의 공개매수(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와 자사주 공개매수)에 따른 거래량 및 유동주식 수의 감소로 인해 주식분산 요건 및 거래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7조(관리종목지정),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8조(상장폐지)에 의거해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불과 보름 사이에 경영권 분쟁 위험 외에 상장폐지 위험을 언급한 것이라, 상장폐지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이를 숨기고 공개매수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거래소 상장(IPO) 규정상 공개매수로 시장에 거래되는 유동주식 수가 감소하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커진다.
유동주식 수의 감소가 급작스러운 예상 밖의 상황도 아니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기간에 MBK파트너스와 대립하면서 “자사주 공개매수에 실질적으로 응할 수 있는 유통주식 물량은 (발행주식의) 15% 안팎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해 왔다.
공개매수 목표 물량을 발행주식 수의 18%에서 20%로 확대한 지난달 11일, 입장문을 통해 유동주식을 전부 매수할 의지를 내비추기도 했다. 앞서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털의 공개매수 목표 물량이 발행주식의 최대 20%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계획은 아니었다.
자사주 공개매수로 시중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을 예견하면서도 정작 공개매수신고서에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상장폐지 위험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했다.
유상증자는 영풍·MBK파트너스뿐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전체 주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고려아연이 최대주주 영풍의 지분 희석을 노리고 유상증자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를 기획했다는 의심마저 흘러나오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기엔 현금이 너무 많았던 터라,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대량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공개매수가 필수 관문이었던 게 아니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