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계열분리, 향후 주가 전망에 의견 분분
이마트-백화점 계열분리 공식 발표 책임경영 강화에 증권가·시장서 긍정 평가 이마트 실적 부진, 백화점 상쇄 아쉬움도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계열분리를 공식 발표했다. 수년간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이 독자적인 경영에 나서왔던 만큼 이번 발표 자체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계열 분리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전망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전날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정유경 총괄 사장의 회장 승진과 함께 이마트와 백화점 간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의 사업구조상에서 이마트는 할인점, SSM, 편의점, 스타필드, SCK컴퍼니(스타벅스), 이커머스(쓱닷컴·지마켓)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거느리는 이원화된 운영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계열분리라는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신세계그룹 오너가인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유경 신임 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정용진 회장의 여동생이다. 수년간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해왔던 만큼 계열분리 이후에도 문제없이 경영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하며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해왔다.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백화점 부문의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 어라운드(반등)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올해 2분기 1조7462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마트도 영업손실 폭을 줄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그룹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신세계그룹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분리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원활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날 신세계 주가는 15만3800원으로 전날보다 1.59% 올랐고 이마트 주가도 6만5300원으로 전날보다 0.62% 올랐다. 상승세 자체가 크지 않지만 몸집이 큰 유통업계 주가가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에 대해 대체적으로 호평하고 있다. 계열 분리 이후 신세계그룹의 사업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양사가 몸집이 가벼워진 만큼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혜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면서 “계열 분리로 각 회사별 경영 기조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은 2020년 9월 신세계(정유경)와 이마트(정용진) 지분을 각각 8.22%씩 증여해 각 회사의 분리 경영이 시작됐다. 쓱닷컴은 신세계(24.4%)와 이마트(45.65)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단기적으로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신세계는 계열 분리를 통해 이마트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 이슈로 발생 가능한 우려에 노출도가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계열분리로 인해 신세계백화점이 다소 유리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해왔던 만큼 그에 따른 재무 건전성 악화 이슈가 발생해왔다. 이 상황에서 신세계백화점이 이마트 부문을 떼어내면서 재무 건전성 문제를 덜어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LS증권은 이마트에 대해 투자 의견 매수를 제시하면서 희망퇴직을 비롯해 체질개선작업이 돋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GPM(매출총이익률)은 매분기 0.2~0.3%p(포인트) 수준의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0.4% 줄어든 7조6754억원, 영업이익은 같은기간 34.3% 늘어난 1046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기준으로 영업이익은 1210억원을 예상한다”며 “연결실적에서는 지난해 3분기 신세계건설 영업적자 확대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고 스타벅스 일부제품 가격인상 효과와 온라인 사업부 효율화 작업이 성과를 보여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부진으로 제한된 탑라인 성장에도 기저효과와 비용 슬림화 작업성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났다”며 “업종 내 실적개선 추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계열분리로 인해 신세계그룹의 즉각적인 실적 변화보다는 향후 사업 방향성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이번 소식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파트너십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국내 소매유통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계열 분리 이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비즈니스 기회 및 리스크가 분리되면서 신규 사업을 포함한 중장기 사업 방향성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신세계와 이마트, 에스에스지닷컴 등에 대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구성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향후 공정위의 계열 분리 요건 충족을 위한 사전 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친족 기업 간 계열 분리를 하려면, 상장사의 상호 보유 지분이 3% 미만이어야 하고 비상장상사의 상호 보유 지분이 10%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쓱닷컴은 지난해말 기준 이마트가 45%, 신세계가 24%를 보유한 그룹 계열사다.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렇듯 일부 계열사의 지분 정리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신세계그룹이 단기간 내 계열 분리를 완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임원 겸직, 채무보증 등을 심사받게 된다. 심사와 발표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이다.
이번 계열분리가 이마트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이전부터 재정적으로 어려워진 이마트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부담이 컸다. 계열분리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없앨 수 있게 됐다”면서도 “이마트는 지금까지 인수한 기업들의 성과가 더딘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수혈이 필요한데 신세계백화점의 직간접적 지원이 사라지면 실적과 주가 방어에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계열 분리로 인한 신용도 측면의 여파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전일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 계열로 분리돼도 단기간 내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