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유치戰 본격화…금융그룹 위한 꽃길일까
은행‧증권 가졌지만…실상은 ‘각개전투’ 개별 금융사, 적극적인 마케팅 ‘승부수’
이날부터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회사로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현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400조 머니무브’ 유치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개별 금융사보단 은행‧증권 등 계열사를 보유한 시중‧지방금융그룹에 유리한 판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400조원 시장 규모를 지닌 퇴직연금의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된다. 이에 참여하는 퇴직연금사업자(금융사)는 37개사에 이르며, 시스템 구축 지연 등으로 동참하지 못한 은행 4곳(부산은행·경남은행·iM뱅크·광주은행)과 증권사 2곳(iM증권·하나증권), 보험사 1곳(삼성생명)은 추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400조878억원으로 파악됐다. 업권별로 은행권 적립 규모는 210조2811억원, 증권사는 96조5328억원, 보험사는 93조2654억원으로 집계됐다.
◆“퇴직연금 갈아타기, 대형 금융그룹에게 유리한 싸움?”
시장에선 기존 고객을 지켜야 하는 은행과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신규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증권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 반면, 은행·증권사를 계열사로 둔 금융그룹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금융사보다는 은행과 증권사를 모두 가진 금융지주가 두 법인에서 퇴직연금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 단일 금융사보다 유리한 입장”이라며 “실제로 금융그룹 내 은행과 증권사는 서로 퇴직연금 상품 운용에 대한 논의를 거쳐 최적의 협력 방안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그룹들은 계열사별 ‘각개전투(各個戰鬪)’에 나설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의 금융그룹 관계자는 “같은 금융그룹 산하의 계열사들은 연결 실적으로 묶이더라도 엄연히 다른 법인이며, 상품 운용의 원리도 접근에 차이가 있다”며 “협력을 논의하더라도 금융사 성격상 경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각개전투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개별 금융사에겐 새 수익 창출 기회”
반면, 싸움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개별 금융사에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단일 금융사, 특히 증권사의 경우 애초에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금융사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 창출 측면에선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몸집이 큰 금융그룹을 상대로 경쟁에서 이겨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려면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