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2.5조 유증에 비판 목소리 이어져…“주주가치 희석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 유상증자 결정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진다. 이번 고려아연 유상증자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 41분 기준 장중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일 대비 4.53% 하락해 103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앞서 유상증자 발표 후 하한가를 반영한 데 이어 지속된 하락세여서 주목된다.
글로벌 독립 투자 리서치 플랫폼인 ‘스마트카르마(SmartKarma)’의 더글라스 킴 애널리스트는 앞서 30일 오후 ‘2.5조원의 유상증자 계획은 최악의 코리아디스카운트 사례를 선보이다(Rights Offering of 2.5 Trillion Won Is a Display Of "Korea Discount" At Its Worst)’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비판했다.
더글라스 킴 애널리스트는 “고려아연 유상증자 결정은 최악의 코리아디스카운트 사례”라며. “유상증자 결정이 고려아연의 주가에 부정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많은 투자자들이 이 유상증자가 고려아연에 대한 자신들의 주권을 심각하게 희석시킬 것이기에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더글라스 킴은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의결권 경쟁에서 MBK 파트너스·영풍을 이길 자신이 없다는 점 ▲의결권 경쟁이 이뤄지면 국민연금 등 주요 투자자가 최 씨 일가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 ▲현대차 소속 기타비상무이사가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포함돼 있는 가운데, 최근 고려아연 이사회에 불참한 사실에 비춰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대기업과의 관계에 확신이 없다는 점 ▲영풍정밀 주가 하락으로 인해 마진콜 가능성의 우려가 지속한다는 점 등 4가지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더글라스 킴 애널리스트는 보고서 말미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번 유상증자가 소액주주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최 회장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편이라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회장 이남우)도 이어 31일 오전 “전혀 예상치 못한 고려아연 대규모 유상증자는 자본시장 관점에서 시장교란 행위”라며 논평을 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을 “차입을 통해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67만원(예정가)에 주식을 발행하는 자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주인이 전체 주주라고 생각한다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기에 금융당국은 예측 가능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고려아연 이사회 결의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포럼은 “고려아연 일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것”이라며 ▲남은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화 우려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여부 ▲주주를 보호해야 할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선관주의 의무에 대한 우려 등의 이유로 고려아연 이사회의 유상증자 결의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