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탑다운 슈팅 게임” 크래프톤 ‘프로젝트 아크’ [인터뷰]

탑다운으로 재구성한 PUBG의 건플레이 흔들림·반동 등 현실적인 총알 궤적 구현 다음 달 열릴 지스타 2024에서 최초 공개

2024-10-29     채승혁 기자
왼쪽부터 프로젝트 아크의 양승명 PD와 김영호 개발 리드. 사진=크래프톤

“PUBG: 배틀그라운드의 건플레이를 탑다운 뷰(수직 상공에서 보는 시점)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했어요. 탑다운 뷰 형식을 이렇게 풀어낸 게임을 저는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28일 크래프톤 서초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양승명 PD의 눈빛과 목소리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뻔한 물음표들과 타협하기보단 당초 기획하고 생각했던 ‘프로젝트 아크’만의 느낌표를 고스란히 구현하겠다는 뚝심이 보였다. 독창성만큼은 의심할 여지없었던 넥슨 ‘야생의 땅: 듀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다운 자신감이었다.

크래프톤이 올해 지스타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프로젝트 아크는 5:5 탑다운 밀리터리 전술 슈팅 게임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전통 FPS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총격전의 손맛과 액션성, 그리고 실시간으로 시야가 공유되는 탑다운 뷰 특유의 전략성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탑다운 뷰 장르에 조예가 깊고 진심인 개발자들이 뭉쳤다. 특히 김영호 개발 리드는 ‘좀비스 앤 키스(Zombies and Keys)’와 ‘리버시봇(ReversiBot)’ 2종의 탑다운 뷰 인디 게임을 1인 개발한 이력이 있다. 현재 양 PD와 김 리드를 필두로 15명의 비교적 작은 조직이 인디 스타일의 개발 방향성을 유지하며 프로젝트 아크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양 PD는 “탑다운 뷰에서 이런 식으로 푼 게임을 저는 찾지 못했다“라고 자신하면서 “FPS 못지않게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탑다운 뷰이기 때문에 허들이 좀 더 낮아지고 전략성이 부드럽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더 넓은 이용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아크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적인 슈팅 메커니즘’이다. 총알이 3D 공간에서 정확한 궤적을 따라 날아가며, 이용자는 ▲엄폐물 ▲타깃의 높이 ▲맞추고 싶은 부위 등을 고려해 사격 각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 

예컨대 가슴 높이에서 연사해 여러 발을 명중시키거나 앉아 있는 적을 향해 낮은 각도로 사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든 총기는 전통적인 FPS들처럼 각각 고유한 조준 흔들림과 반동 특성을 갖고 있어, 이를 제어하고 숙달하는 것에서 이용자들의 실력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양승명 PD는 “PUBG: 배틀그라운드의 건 플레이를 탑다운 뷰로 만들고자 했다”라면서 “총을 쏠 때 반동이 튀는 정도나 RPM(분당 발사 수) 이런 차원에서 ‘배틀그라운드에서 쓰던 총을 탑다운 뷰에서 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라는 것을 어느 정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양한 변수를 보유한 맵은 전략적 재미를 배가한다. 맵은 방과 복도로 이어지는 실내 중심으로 구성돼있어 근접 총격전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곳곳에 총알을 관통되거나 파괴할 수 있는 벽이 있어 이를 전술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바리케이드, 설치 함정, 투척물 등 캐릭터별로 쓸 수 있는 도구들도 다양한 상황을 창출하는 핵심 변수다.

양 PD는 “저희가 계속 연구해 보고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바리케이드 설치 방법이 있더라. 또 이를 파괴하는 다양한 대응 방식이 나오며 전술이 발달하는 것을 경험했다”라며 “이 경험을 게이머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초심자 단계로 넘어가면 더 다양한 전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시간가량의 게임 시연을 마치자 인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어떤 기능을 구현한 이유와, 반대로 어떤 기능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 양승명 PD는 개발 배경 및 과정을 들며 소신껏 답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아크가 추구하는 확고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달리기를 별도로 구현하지 않은 것이다. 관련 질문에 양 PD는 “이동이 시원하면 게임이 재밌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되게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고 답했다. 전통적인 건플레이 중심의 밀리터리 슈팅을 지향하다 보면 이동속도 차이에 따른 밸런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개된 8종의 캐릭터들이 활용하는 총기가 한정된 것에도 이유가 있다. 그는 “물론 무기에 대한 선택권을 줘도 좋지 않겠냐는 제안이 많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잃는 것도 있다”라면서 “탑다운 뷰에서 캐릭터의 실루엣만 보고도 어떤 캐릭터인지 빠르게 파악하고, 또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짐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양 PD는 “이제 개발 초기니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선 앞으로 조정될 여지는 어느 정도 있다”라고 부연했다.

프로젝트 아크는 오는 11월 14일 개막하는 지스타 크래프톤 부스에서 최초로 체험해 볼 수 있다. 양 PD는 “사내 테스트를 했을 때 반응이 좋았어서 조금 이른 타이밍에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게이머 분들께서도 재밌어하시리라는 자신감은 어느 정도 있다”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