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 안 왔는데...‘구조조정’ 찬바람 부는 게임업계
올해 해고된 국내외 인력만 1.3만명 추정 엔데믹 후 성장 정체...감원 기조 이어질 듯
아직 겨울까지 두 달이나 남았지만 게임업계엔 삭풍이 빠르게 찾아온 모습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국내외 게임사들의 구조조정 랠리가 연말을 앞둔 현 시점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개발사 해긴은 최근 신작 야구게임 개발팀 직원 10여명을 저성과자로 분류하고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제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중단됨에 따라 팀 체질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취지다.
앞서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쿡앱스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개발진 규모를 절반 가까이 축소하는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돌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선발자 10여명을 조기 탈락 조치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 역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쓰론 앤 리버티(TL) ▲LLL ▲택탄 ▲인공지능(AI) 기술 사업을 맡는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엔씨소프트는 작년 말 박병무 공동대표를 영입한 이래 ‘경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강도 높은 쇄신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4개 법인 설립과 함께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종료 및 축소하면서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신규 채용 계획도 전면 중단한 상태다.
글로벌 게임사들도 상황이 다르진 않다. 연초 전체 인력 중 11%를 정리한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32명의 인력을 추가 해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소니의 비디오 게임 자회사 번지 등도 잇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 세계 게임 산업의 구조조정 사례를 추적하고 있는 ‘게임 인더스트리 레이오프’는 올해 해고된 인력만 1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3년 1년 간의 추정치인 1만500명을 이미 뛰어넘는 규모다. 소셜 커뮤니티 링크드인에서 채용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있는 유력 인플루언서 아미르 사트밧은 “지표가 말해주듯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게임 산업은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 업종이었으나 엔데믹 이후 성장이 정체되면서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9조7900억원으로 추정됐다. 2013년 이후 줄곧 성장세를 이어오다 10년 만에 역성장과 맞닥뜨린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은 커졌는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큰 돈을 들여서 게임을 출시해도 흥행을 장담하기가 어렵다”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여러 게임사들에서 계속해서 크고 작은 구조조정 소식이 들려온다”라고 귀띔했다. 많은 게임사들이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얼어붙은 고용 시장도 한동안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