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웹툰, CB리픽싱 최저한도 풀린다...투믹스 인수 ‘꼼수’ 논란

22·23회차 CB 최저전환가 654원...더 낮아진 시가에 엑시트 불가 192억 초고금리 CB 상환여력 바닥난 수성웹툰...M&A는 출구전략? 신규 자금조달로 CB최저가→액면가...“상환 대신 엑시트 유도”

2024-10-17     김건우 기자

수성웹툰이 최대주주 투믹스홀딩스로부터 종속회사 투믹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조정을 설계함에 따라 수성웹툰 CB 투자자들의 엑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회사가 투믹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시가를 하회하는 가격으로 신주 발행을 결정하면서, CB의 최저조정가액이 무효화되는 특수 조항에 의거해 액면가까지 전환가가 낮아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수성웹툰이 초고금리 사채 부담을 지속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를 상환할 재무적 여력마저 바닥나 CB투자자들의 주식전환을 돕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설계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수성웹툰은 전일 관계기업 투믹스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계약대상은 수성웹툰의 최대주주이자 투믹스의 최대주주인 투믹스홀딩스다.

투믹스홀딩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투믹스 주식 1만3366주(59%)중 6575주(29.02%)를 480억원에 양도하게 된다. 수성웹툰은 기보유 투믹스 주식 9288주에 양수주식을 더해 총 1만5863주(70.02%)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수성웹툰은 상반기말 보유현금 규모가 118억원에 불과해 양수대금 480억원을 맞추기 위해 거래대상이자 최대주주인 투믹스홀딩스를 대상으로 신주발행 및 CB 재매각을 단행한다. 이날 투믹스홀딩스를 대상으로 1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권면 150억원 규모의 자사 CB 재매각을 결정했다. 사실상 거래상대방에게 자사의 주식을 제공해 투믹스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투믹스홀딩스는 수성웹툰에 대한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하게 되며, 수성웹툰은 투믹스의 최대주주가 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구조조정이 기존 CB의 엑시트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견 수직적인 지배구조로의 변화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목적에 대해 합리적인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수성웹툰의 유상증자로 인해 기발행 CB의 최저조정가액이 무효화된다는 점이다. CB 계약상 회사의 구조조정, 인수합병,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신규 주식 또는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 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가 액면가까지 수정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엑시트가 불가능해진 기발행 CB의 엑시트를 성공시킬 경우, 회사는 채무상환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수성웹툰의 22·23회차 CB는 지난해 7월경 각각 52억원, 14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1년여간 회사 주가가 지속 하락함에 따라 전환가액이 최저가액(654원)까지 조정된 상태지만, 시가가 이마저도 밑돌고 있어 사실상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불가능해졌다. 회사입장에서는 총 192억원의 채무를 상환하거나, 만기까지 높은 금리의 이자를 감당해야하는 셈이다. 22·23회차 CB의 만기금리는 각각 5%, 9.5%로 시중금리를 가뿐히 상회하는 초고금리에 해당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빚 갚을 재무적 여력조차 많지 않은 수성웹툰이 그나마 남아있던 현금마저 투믹스 인수에 쏟아붓는 모습이 사실상 채무상환을 포기한 모습같다”며 “당장 풋옵션(조기상환청구) 행사가 가능한 CB투자자들의 동의 없이는 내리기 어려운 판단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투믹스홀딩스-수성웹툰-투믹스간 지배구조 재구축 설계가 22·23 CB의 최저가액 무효화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규모의 매도물량이 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수성웹툰은 전일 주식병합을 결정하기도 했다.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10:1 병합에 따라 1주당 액면가액은 500원에서 5000원으로 변동한다. 회사 측은 "적정 유통주식수 유지를 통한 주가안정화 및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