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 청약미달 유력해진 2500억 CB...KB·대신증권 ‘전액인수’ 막막
이날 종가(19만1600원) 대비 6.73% 비싼 전환가...“누가 사겠나” 1915억 11~13회차 CB 잔여 물량 ‘주가부담’ 장기화 1H 영업실적 -112억 손실 등 역성장...옅어진 주가 기대감
이차전지 전해액 생산기업 엔켐이 일반공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 가운데 청약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오버행(매도 대기물량 누적) 이슈로 회사 주가가 하향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시가보다 비싸진 CB를 인수할 메리트가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약미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표주관사 KB증권과 인수사 대신증권은 청약미달 물량을 전액인수하게 된다. 여전히 앞서 발행한 CB의 엑시트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 주가가 신규 CB의 최저가액을 하회할 경우, 인수사는 최소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시점인 2년후까지 투자금을 묵히게 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켐은 전일 2500억원 규모 14회차 공모 CB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결정했다. 조달자금 중 2000억원은 북미(조지아, 테네시, 온타리오 주) 및 유럽(폴란드, 헝가리, 프랑스) CAPA 증설 자금으로 약 1년간 집행되며, 나머지 500억원은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CB의 전환가액은 20만4500원으로 이날 종가(19만1600원) 대비 6.73% 높은 가격이다. 엔켐 주가가 전일 CB발행 결정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일반공모청약을 시작하기도 전에 시가가 전환가를 하회하는 잠정 투자손실 상태가 됐다.
CB의 금리도 표면·만기 기준 각각 1%, 3%로 시중금리 대비 메리트가 적다. 이에 CB의 청약미달에 대한 우려가 벌써 제기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주식을 장내매수하는 것이 CB 청약에 참여하는 것보다 이득이 크다”며 “현재 시가도 높은 수준이라며 매각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비싼가격에 CB를 인수할 투자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금번 CB 공모의 대표주관회사는 KB증권이며, 인수회사로 대신증권이 참여한다. 인수비율은 각각 80%(2000억), 20%(500억)씩 배정됐다. 일반공모 청약은 10월 31일~11월 1일 2거래일간 진행된다.
엔켐 주가 전망에 대한 회의적인 분석도 나온다. 올해 회사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고, 앞서 발행한 11~13회차 CB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차익실현으로 막대한 이익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켐의 11~13회차 CB는 지난해 5~7월에 권면총액 1915억원 규모로 발행돼 올해 하반기부터 매도물량이 조금씩 풀려 회사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11~13 CB의 회차별 규모와 전환가를 보면 ▲11회차(315억원) 7만3305원 ▲12회차(1100억원) 6만8048원 ▲13회차(500억원) 7만711원으로 나타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7만원대에 불과하던 회사 주가는 올해 4월경 연고점 36만1500원으로 무려 다섯배까지 치솟았다. FI의 막대한 수익률에 반비례해 엔켐의 파생상품평가손실 규모는 상반기말 5449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 FI 차익실현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회사 주가는 20만원을 하회하는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매도물량 상당규모가 오버행(매도대기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오버행 이슈로 주가흐름이 악화해 이번 CB의 최저조정가액(16만3600원)을 하회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금을 회수하기까지 2년을 기다려야한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가능 시점이 2년후로 설정되면서다.
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회사가 영업실적 적자전환 등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주가마저 하향 흐름에 접어들어 신규 외부투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딜의 규모가 큰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도 청약미달에 따른 인수자금 동원 부담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