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위고비 국내 출시…‘처방 혼선’ 예고
‘머스크 비만약’ 한국서 품귀 조짐 보여 출고가 37만원…시중서 80~100만원대 관측 부작용 비교적 적지만…두통·구토·설사 발발
타 제품보다 부작용이 적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됐다. 그러나 위고비가 적은 공급 물량, 공급가격 공개, 부작용 등으로 출시 이후로 당분간 처방 혼선이 예고됐다.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의 국내 유통사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날 위고비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국내 출시되는 위고비는 약물이 사전에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kg/㎡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kg/㎡인 과체중 환자의 체중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올해 7월에는 확증된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kg/㎡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게서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도 투여될 수 있도록 적응증을 추가로 허가받았다.
허가 용량은 0.25㎎, 0.5㎎, 1.0㎎, 1.7㎎, 2.4㎎ 등 5개다.
위고비는 주 1회 0.25mg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용량을 증량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펜 모양의 주사제 한 개가 4주 투약분이다.
제품 공급 가격은 한 펜(4주 분량) 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위고비는 비급여 제품으로 건강 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실제로 판매 가격은 의료기관마다 다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에서 위고비 한 달 접종 가격이 1350달러(약 180만원) 수준으로 국내에서는 위고비 구매 가격이 한 펜 당 7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 인사들이 위고비를 투약해 다이어트에 성공한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위고비는 임상시험 결과 68주 투약에서 약 1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앞서 국내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56주간 임상에서 평균 7.5% 감량 효과를 나타낸 것보다 더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위고비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과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만큼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 정상적인 혈당을 유지하게 돕는다.
위고비 이전에는 삭센다가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삭센다와 위고비는 같은 기전을 보이나 투약 편의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위고비는 1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된다.
높은 관심도에도 불구하고 일선 병원과 약국에서 위고비 출시에 우려를 표하는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초도 물량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고비 공급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각 의료기관마다 위고비 가격 책정을 두고 고민이 크다. 비급여 약물이라는 점에서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병원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식약처는 위고비 출시를 계기로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식약처도 최근 자료를 통해 “해당 의약품의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 급성췌장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저혈당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질환자는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며 “의사 처방 후 약사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며 온라인 등에서 개인 간 판매, 유통하거나 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등 비만치료 전문가들도 위고비를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위고비가 비만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이나 생활습관 치료를 병행해야만 효과가 제대로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식습관을 교정하고 운동을 병행해야만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도 조언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