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헌법소원 서명’ 21만 게이머들이 뿔났다
게임법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21만명 몰려 “게임에만 차별 적용되는 검열 기준은 위헌”
차별적인 게임물 검열 기준에 대한 대한민국 게임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해당 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약 21만명이 서명했는데, 이는 2008년 제기됐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 당시의 9만6000여명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역대 최다 청구인이 참여한 헌법소원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김성회의 G식백과’를 운영 중인 유튜버 김성회 씨와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8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및 위임장을 제출했다. 청구인 모집은 지난 9월 5일부터 27일까지 23일 동안 진행됐다.
이들이 문제 삼은 조항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반입하면 안 된다’라는 내용이 명시된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 제3호>이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뉴 단간론파 V3’, ‘모탈컴뱃 시리즈’ 등의 게임들은 국내 등급 분류가 거부되고 출시가 무산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유통되는 일부 성인 게임들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요청에 따라 차단되기도 했다.
김성회 씨는 “사우디나 카타르처럼 성적으로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게임이 차단된다는 건 개탄을 금치 못하는 일”이라면서 “마찬가지로 폭력성 검열이 엄격하기로 유명한 독일에서조차 16세 이용가를 받은 ‘뉴 단간론파 V3’는 한국에서 성인 이용가도 아닌 전체 이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성회 씨는 일련의 규제가 영화·드라마·웹툰 기타 여타 콘텐츠에는 적용되지 않으면서 게임에만 고유의 검열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영화나 음반의 국가사전검열은 이미 1996년에 위헌판결을 받았다. 28년의 격차를 단 1년이라도 줄여보고자 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게이머들은 절대 특별대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차별대우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이번 헌법소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한편 오는 17일 열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게임위의 게임물 등급분류 제도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김성회 씨도 문체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김성회 씨는 “주어진 시간이 길진 않을 것 같아 최대한 압축해서 게임 검열 철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라면서 “제가 들은 바로 게임위에선 저희의 이런 헌법소원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알고 수위가 상당히 높은 장면들만 문체위 측에 녹화해서 보냈다고 하더라. 만약 사실이라면 대단히 비열하고 조악한 프레이밍”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저흰 단지 ‘어떠한 게임을 하게 해달라’ 이러한 작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21만 헌법소원의 가치를 그런 식으로 폄훼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있는 이철우 변호사 역시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결과를 떠나 게임에 대한 차별적 검열 기준을 철폐하고 창작의 자유와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며 게임이 진정한 문화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