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 난관 많을 것” [현장]
27일 주식 공개매수 관련 기자 간담회 개최 “고려아연이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오죽했으면’입니다. 정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습니까.”
강성두 영풍 사장은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강 사장은 영풍의 경영관리실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게 직접 이번 주식 공개매수를 제안한 ‘키맨’이다.
고려아연은 1949년 황해도 출신인 고(故) 장병희·최기호 두 창업주가 동업으로 시작해 3대째 75년 동안 동업 관계가 이어져온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으로 대표되는 두 집안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이어왔다.
앞선 13일부터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후 시장에서 고려아연 진영의 대항 공개매수 가능성이 제기되자,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지난 26일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한 상태다.
강 사장은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애초에 영풍의 살과 피로 빚은 자식이다. 창업세대와 선대까지 동업 정신과 자율 경영에 입각해 알토란같이 키워온 가장 믿음직한 맏이”라며 “그럼에도 정말 오죽했으면 1대 주주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섰겠나”라고 밝혔다.
그는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라며 그 예시로 비철금속 해외 유통·판매를 맡은 알짜 계열사 서린상사(현 케이지트레이딩)를 언급했다.
서린상사는 2014년부터 영풍 측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해온 계열사로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5200억원을 기록했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작년 9월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먼저 제안해놓고, 올해 주총 전후로 그간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이사회를 독점 장악했다”라며 “이후 기존 고객사들에 온갖 협박과 회유를 하며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고려아연이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한 것도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계기가 됐다.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폐기물 처리를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강 사장은 “양사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유지돼온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라고 맞섰다.
이날 강성두 사장은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같이 살기 위함”이라면서 “저는 고려아연이 확실히 망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은 모르겠으나 이대로 가면 향후 고려아연은 빈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무려했다.
즉,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공개매수에 나선 게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것. 강 사장은 “여러 옵션을 생각 안 한 건 아니다. 자금을 동원해서 직접 공개매수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간 영풍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겠다는 부담이 있었다”라며 “그러면 정말 양 집안 간의 진흙탕 싸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두 집안끼리 경영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 회사다. 글로벌한 경영감각과 능력, 비전을 가진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 솔직히 지금 영풍 경영진도 부족하다”라면서 “MBK파트너스는 그럴 수 있는 능력과 인력 풀을 갖고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윤범 회장이 우군을 확보하고 대항 공개매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 강 사장은 “최 회장 입장에서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저흰 경영권을 갖는 주식을 파는 건데, 반대 측은 누군가가 손을 잡아도 경영권이 없지 않나”라며 “말은 일주일 넘게 떠돌고 있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드러난 건 없다.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 사장은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 계획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없다. 이 부담은 MBK파트너스가 지는 것이기에 제가 답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