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vs 쿠팡, 배달ㆍ매장 '이중가격제' 확산에 격한 충돌

배달용 메뉴 가격 따로 책정한 ‘이중가격제’ 확산 배민·쿠팡, 이중가격제 책임성 두고 쌍방 저격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 협의체도 공전

2024-09-25     신용수 기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이중가격 책임성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식업체들을 중심으로 배달용 메뉴 가격이 매장용보다 더 비싼 ‘이중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업계의 수수료 인상이 이중가격제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다. 이가운데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이중가격 책임성을 두고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배달앱 서비스 쿠팡이츠는 전날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당사 등 배달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이츠가 특정 업체의 명칭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업계 1위인 배민을 지목했다.

쿠팡이츠는 “쿠팡 와우회원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 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기존 수수료를 동결하고 방문 포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반면 타사는 요금제 변경, 포장 수수료 유료화, 중개 수수료 인상 및 고객 배달비 업주부담 등으로 무료배달에 따른 비용을 외식업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의 지적에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측도 발끈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당사가 제공하는 배민배달(배민 라이더가 배달을 수행하는 건)과 가게배달(업주가 배달대행사와 자율적으로 계약해 배달)을 섞어 (쿠팡이츠가)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와 외식업주를 오인시킬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이어 “무료배달 혜택 관련돼 타사와 동일한 자체배달 상품인 배민배달은 현재 경쟁사와 동일하게 고객 배달팁을 당사에서 부담한다. 업주가 부담하는 중개이용료는 9.8%이고 업주 부담 배달비는 2900원(서울 기준)으로 모두 경쟁사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에는 없는 가게배달은 고객배달팁을 업주가 직접 설정한다”며 “당사는 가게배달 업주가 무료배달을 선택할 경우 배달비를 건당 2000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 때 중개이용료는 6.8%로 경쟁사보다 3%p 낮으며 가게배달의 중개이용료는 최근 변동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사실 관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자료로 여론을 호도하는 데 유감”이라며 “이 같은 주장을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표=쿠팡이츠

양사가 부딪친 이유는 결국 외식물가가 상승하는 이중가격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자들이 부담하던 배달비를 입점업체에 부과하고 입점업체들은 이중 가격제를 통해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갈등마저 빚어질 정도다.

정부가 주재하는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 협의체’는 출범 후 두 달째 공전 중이다. 정부는 배달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 규제 회의인 ‘배달 플랫폼-입점 업체 상생 협의체’를 지난 7월말에 구성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비롯한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들은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더 높게 올리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도입 근거로는 배달 앱 이용 시 매장에서 팔 때보다 수수료, 배달비 등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다.

표=우아한형제들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외식업계들도 제품 가격 인상을 배달 플랫폼 탓으로 돌리면서 명분을 쌓기 쉬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제품 원재료와 인건비가 모두 오른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가맹점 본사와 점주의 수익이 향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렸기에 입점업체들도 이중가격을 마련할 근거가 다소 마련된 상황”이라고 귀띔할 정도다.

여기에 협의체에 포함된 배달앱 3사도 각자 이해관계 차이가 크다. 배민과 쿠팡이츠 간 선두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모션을 거듭할 자본금 마련이 필요하다. 요기요도 더 이상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한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오는 27일에 배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 등과는 달리 협의체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외식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이렇듯 배달앱(플랫폼), 입점사 모두 거친 경쟁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이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차등 수수료’를 제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각 업체별 입장 차이가 커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