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리더탐구] ③이승열 하나은행장, 취임 첫 해 ‘리딩뱅크’ 수성

2024-09-25     신수정 기자
이승열 신임 하나은행장이 지난해 1월 2일 서울 을지로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은행장이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국내 은행들이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비대면 등 디지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최근 은행업권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같은 성장 이면에는 은행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뒷받침된다. 파이낸셜투데이는 각 은행마다 현 은행장들의 지나온 발자취와 임기 동안의 경영 실적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승열(61) 하나은행장은 ‘첫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 타이틀을 단 최고경영자(CEO)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전유물이던 ‘리딩뱅크’를 수성하는 등 탁월한 재무적 성과를 보였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리딩뱅크’ 반열에 올랐다. 대출 성장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이 전년 대비 116.1% 급증하며 이 같은 이익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동기간 기존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조2615억원, 3조67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수습과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F/X) 손실 등으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1조750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익 규모는 4.8%가량 소폭 줄었지만, 기업대출 중심의 양호한 대출 성장률을 기반으로 연간 성장 목표를 상반기 내 조기 달성했다는 내부 평가가 잇따랐다. 

또한, 선제적으로 기업금융에 집중한 하나은행은 올해 갑작스럽게 요구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12.6% 늘어난 175조182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대기업대출 29조9200억원(+15.4%) ▲중소기업대출 141조3870억원(+12.5%)이다. 안팎에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발을 맞추며 ‘재무·전략통’다운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행장은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본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까지 밟은 이후 1991년부터 24년여간 한국외환은행에 몸담으며 신탁, 리스크관리, 재무기획, 전략기획, 경영기획 등 다양한 역량을 쌓았다. 이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합병(M&A)해 조직 통합 작업을 마치고, 2016년부터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6년간 하나금융지주와 은행·보험에서 일했다. 

구체적으론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본부장)(2016년)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상무)(2017년)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전무)(2018년)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총괄(부사장, 부행장)(2019년)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 겸 사회가치본부장(부행장)(2020년) ▲하나은행 경영기획‧지원그룹장(부행장) 겸 하나금융지주 그룹인사총괄(부사장)(2021년) ▲하나은행 자문위원(2022년)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2022년)을 역임했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조기 통합 과정에 있던 2015년 외환은행 경영기획부장을 지냈다. 당시 노사 협상단에 포함돼 행원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등 조직 구성원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지난해 1월부터 은행장 임기를 시작했다.

◆은행권 내부통제 피했지만, 연임 두고 함 회장 거취 변수

이 행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은행권을 통틀어 연간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꿰찼다. 동시에 은행장들의 연임을 발목잡는 금융사고도 규모가 크지 않아 내부통제 책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권 내 안정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연임 가능성에 자연스레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가까운 시기에 함 회장의 거취가 새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행장의 연임에 있어서도 변수로 지목된다.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31일로 예정됐으며, 이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중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