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풍에 돛 단 삼성중공업, ‘조선 빅3’ 중 가장 먼저 임단협 매듭
추석 전 노사 합의로 파업 리스크 벗어나 HD현대重·한화오션은 다시 협상 테이블로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소위 ‘빅3’ 중 가장 빠르게 임단협을 마무리 지으면서 파업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둔 지난 12일 삼성중공업 노사협의체가 진행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는 과반이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가결된 합의안에는 ▲정기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금 약 12만원 인상 ▲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사측이 제시했던 1차 협상안 대비 기본금 인상폭과 격려금 모두 늘었다.
현 상황에서 삼성중공업 노사의 임단협 타결이 시사하는 바는 적잖다. 타 조선사들의 경우 임단협이 교착 상태에 놓여 추투(가을 투쟁)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역시 지난 7월 말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이후 천막농성 등 현장 투쟁을 전개했으나 노사가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규모 있는 파업으로 확전 되진 않았다.
반면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던 명절 전까지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실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노사가 25차례의 교섭을 가졌으나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10만20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지급 등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 기존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사는 임단협 외에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당시 노사는 RSU 지급에 대해 잠정 합의했는데, 사측은 당초 지급 조건이었던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주지 못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회사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단협이 길어지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는 이미 부분 파업까지 전개하고 있는 상황.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할 정도로 노사 입장차가 크다”라면서 “노사가 적절한 절충점을 찾는 것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연말까지 협상이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수주 호황 덕분에 3~4년치 일감을 확보했으며, 이에 올 상반기까지 100% 내외의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교섭이 장기화되고 파업이 발생할 경우 공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납기 지연과 이에 따른 지체 배상금까지 물 수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