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경기 남부·용인 상권’ 쟁탈전 격화 [유통입지戰]
경기남부, 현대百 판교·롯데百 수원 등 경쟁출점 신세계·이마트, 용인·죽전 점포 대대적 리모델링 “유통가, 용인·화성·오산 등 인구 증가세 주목”
유통업계가 경기 남부 상권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강남·판교 직장인들이 서울을 떠나 용인, 수원, 화성, 오산 등 경기 남부에 터전을 꾸리면서 상권 성장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업계가 경기 남부에 위치한 오프라인 점포를 대대적으로 점검하는 추세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점동에 위치한 이마트 죽전점과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을 지난달에 대대적으로 재단장(리뉴얼)하고 점포명도 바꿨다.
두 점포 중에서 변화 양상이 가장 큰 곳은 이마트 죽전점이다. 이마트 죽전점은 5개월 동안 이뤄진 리뉴얼을 마치고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명칭을 변경해 지난달 개점했다.
이번 리뉴얼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공산품 판매 공간을 줄이고 대신 그로서리(식료품) 공간을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부피가 크고 유통기한에 문제가 없는 공산품을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델리)을 대신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또 소비자들이 쇼핑과 휴식을 한 공간에 즐길 수 있도록 커뮤니티, 라운지 등 휴식공간을 대거 늘렸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위치한 휴게시설 ‘별다방 도서관’을 떠오르게 하는 ‘북그라운드’, 자녀를 동반한 3040 소비자들이 쇼핑을 즐기면서도 아이들과 휴식할 수 있는 ‘키즈그라운드’ 등을 배치해 소비자에게 휴식과 문화 체험 공간으로 제공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이 위치한 죽전역은 특별한 상업거리가 위치한 곳은 아니다. 죽전역 건너편에 위치한 보정동 카페거리에 연인, 가족 단위의 소비자들이 종종 방문하는 정도다.
다만 교통 입지가 우수하다. 경부고속도로와 지하철 수인본당선 죽전역 등이 위치해 ‘주말광역상권’으로 분류된다. 분당, 수지, 기흥구가 인접해 10대 이하 자녀를 둔 40대 고객 구성비가 높다.
서진혁 스타필드 마켓 죽전 점장은 “수지, 분당, 기흥과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 광주, 이천 그리고 남쪽으로 안성와 가깝다”며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점에서 죽전점은 다목적 주말 광역 상권으로 분류돼 성장세가 높다”고 설명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은 인접한 4년에 걸쳐 리뉴얼한 신세계 경기점과 함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신세계 경기점은 스타필드 마켓 죽전의 리뉴얼 오픈에 맞춰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이름을 바꾸고 경기 남부 상권을 공략하기 위한 ‘신세계 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세계가 용인 죽전 점포들을 리뉴얼한 이유는 상권 성장세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필드 마켓 죽전은 이마트의 총 131개 매장 중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점포로 인근 용인시, 이천시의 가족단위 소비자들이 자주 방문한다. 신세계 사우스시티도 올해 상반기에 324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신세계백화점 매장 매출 순위 7위에 올랐다.
이미 신세계는 2005년 이마트 죽전점, 2007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신세계 사우스시티)을 용인에 출점하면서 경기 남부 상권 왕좌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2015년 출점했고 2020년에 갤러리아 광교점, 올해 1월에 스타필드 수원까지 출점하면서 경기 남부 상권은 분산됐다.
신세계 사우스시티는 출점 당시만 하더라도 경기 남부권에서 손꼽힐 정도로 매장 규모나 성장세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명품 특화 매장’을 내세워 출점 5년 만인 2020년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면서 맹위를 떨쳤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경기권 첫 롤렉스 입점도 확정지으면서 명품 매출을 끌어 올려 연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롯데도 경쟁사들에 지지 않고 지난 5월 롯데몰 수원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백화점과 쇼핑몰의 장점을 결합한 ‘타임빌라스 수원’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재단장에 돌입하면서 1020 세대를 목표로 콘텐츠를 강화했고 백화점은 프리미엄 매장을 집중적으로 확대했다.
타임빌라스 수원도 최근 유통업계의 리뉴얼 추세에 맞춰 ‘쇼핑몰과 백화점의 물리적 단절’의 해체와 함께 F&B(식음료) 매장을 대대적으로 늘려 소비자의 휴게공간을 늘렸다.
앞으로도 유통업계가 경기 남부 상권을 확보하기 위한 점포 리뉴얼과 소비 촉진 행사를 대대적으로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경기남부 21개 시·군 1038만 4604명, 경기북부 10개 시·군 361만 8923명이 거주하고 있다.
시·군별로는 수원시가 122만 6735명으로 가장 많았고 용인시, 고양시가 각각 109만 2738명, 108만 9934명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 남부권은 고소득 직장이 모인 서울 강남과 인접해 있어 지리적 입지가 유리해 앞으로도 인구 증가세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용인시가 추진하던 용인 플랫폼시티가 국토교통부 제3기 신도시로 지정됐고 GTX-A노선도 개통돼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건설을 앞두고 있어 잇단 개발 호재에 배후 상권도 높아졌다. 이러한 성장세를 유통업계도 파악해 선제적인 상권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