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규제, 공정위 아닌 문체부가 주도해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 ‘게임 대담회’ 개최 “전상법 아닌 게임법 개정안 우선 적용해야” “공정위의 행정처벌은 권한 초과의 중복규제”

2024-09-02     채승혁 기자
법무법인(유한) 화우는 2일 서울 아셈센터에서 ‘간단하지 않은 문제들 아이템 중복규제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주제로 ‘제4회 게임 대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김종일 법무법인 화우 게임센터장,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 정한근 법무법인 화우 고문. 사진=채승혁 기자

지난 3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일부 개정안’ 시행 후 확률형 아이템 관련 중복규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게임사들을 규제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법학계에서 나왔다.

법무법인(유한) 화우는 2일 서울 아셈센터에서 ‘간단하지 않은 문제들 아이템 중복규제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주제로 ‘제4회 게임 대담회’를 개최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2월 국내 로펌업계 최초로 게임 관련 법적 문제를 처리하는 ‘화우 게임센터’를 발족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연초 국내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였던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다뤄졌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그라비티·웹젠·위메이드·컴투스·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들을 잇따라 조사한 바 있다.

발제에 나선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디지털정책연구소 소장)는 지난 3월 게임법 개정안 시행 이후의 부적절한 확률표시와 관련한 법 적용의 경우,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이하 전상법) 제4조에 따라 문체부가 집행하는 게임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상법 제4조란 전자상거래 또는 통신판매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해 이 법과 다른 법률의 규정이 경합하는 경우 이 법을 우선 적용하되, 만일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법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비록 최종적인 목적이 소비자 보호일지 몰라도, 현재의 전상법상 공정위의 행정처벌은 소비자 보호보다는 사업자 규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즉, 지난 3월 개정 후 이용자 권익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렇기에 김 교수는 민사적 배상의 근거 하에 전상법을 적용하는 것은 별개로 보더라도, 처분 등 규제 집행의 근거 법령은 게임법이어야 한다고 봤다. 만일 공정위가 소비자 기만 행위를 이유로 현장조사 등을 수행한다면, 이것이 전상법 제4조를 위반해 권한을 초과한 행정조사가 아닌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명 상명대 특임교수가 2일 서울 아셈센터에서 열린 ‘제4회 게임 대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승혁 기자

반면 3월 게임법 개정안 시행 이전 문제들의 경우 두 부서 간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게임확률에 관한 규제 환경은 고의 기만행위에는 전상법이 적용될 수 있고, 과실 기만행위에는 게임법상 광고규제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

다만 이 경우에도, 행정조사와 사실확인에 있어 어느 부처가 더 전문적인가에 대해 부처 간 경쟁이 존재하는 중복규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김 교수는 “다부처 규제 및 그에 따른 중복규제의 굴레 속에서 수범자인 사업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느 부처에 의한 규제를 받게 될지 모르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규제당국도 부처의 권한과 예산을 법령이 아니라 정치적 역학구도에 따라 배분 받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지난 20년 간 다부처 중복규제에 관해 형성된 부처 간 경계선이 적절하게 지켜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이 ‘문화이자 예술로서의 특수성’을 가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부처의 판단에 대한 존중으로 헌법상 문화국가원리 하에 다부처 규제가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법무법인 화우의 정한근 고문 역시 “게임법 개정 이후의 규제 관할의 해석에 있어서 게임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한다면, 3월 이전의 확률표시에 대한 공정위와 문체부의 중복규제 상황에서 문체부가 주도해 규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고문은 “중복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부분은 부처 간 협의와 조정”이라면서 “게임산업계의 정책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문체부에 적극적으로 관련 내용을 알려주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게임산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대담회에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컴투스 등 국내 대표 게임사와 게임산업협회, 게임이용자보호센터, 게임정책자율기구 등 주요 게임 관련 협단체의의 실무자들이 참여했다.

김종일 화우 게임센터장은 “게임산업을 둘러싼 중복규제는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지금은 공정위와 문체부 간 중복규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20년 전에는 정통부와 문체부, 10년 전에는 여가부와 문체부 간 중복규제 논의가 산업을 뒤흔들었었다”라고 꼬집으며 해당 사안의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채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