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대출 옥죄기 2라운드 돌입…“4분기 둔촌주공發 위험 잔존”

7월 이후 고수위 금리 인상에도 대출 수요 ‘제자리걸음’ 주담대‧전세대출 이어 신용대출까지 ‘빗장’ 잠그기 돌입

2024-08-26     신수정 기자
29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전세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줄인상한 것에 이어,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는 다음달에 맞춰 선제적으로 취급‧한도‧만기(기한)를 제한하는 등 고강도 수위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손질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선 오는 4분기(10~12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주목받는 둔촌주공 입주에 따른 가계대출 급등 위험은 여전히 예측불허 상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이복현 금감원장의 경고…"집값 관련해 개입 필요성 강하게 느껴" 

“최근 은행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서는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 추세와 관련해 한 발언이다. 사실상 은행권에 ‘금리를 올리는 방식의 가계대출 관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주요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 압박 아래 가계대출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해 왔다. 하지만 은행권의 고금리 경쟁이 불붙으며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금리 인상 등 ‘가격적 정책’이 아닌 ‘비가격적 정책’을 통한 가계대출 관리 특명이 내려졌다. 

이에 비가격적 정책에 초점을 둔 은행권의 ‘대출 옥죄기’ 2라운드가 시작됐다. 26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 외에 다양한 방식의 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위와 비슷한 내용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최장 50년 만기의 수도권 소재 주담대, 만기 30년으로 축소 ▲주담대 모기지보험(MCI, MCG) 취급 중단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 및 전세대출 갈아타기 금지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5000만원으로 축소 등을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다주택자 주담대 및 다른 은행의 대환용 주담대 신규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취급을 중단하고, 신탁사로 소유권이 이전된 신탁등기 물건지 전세대출 취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또한 MCI, MCG에 이어 주택금융공사 보증보험의 취급도 제한했다. 

◆ 올해 4분기, 둔촌주공 수요 몰려 ‘가계대출 급증’ 우려

가격적 정책과 비가격적 정책을 아우른 가계대출 관리로 만전을 기한 상황이지만, 시장에선 오는 4분기에 몰릴 부동산 대출 수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금융부처와 회의에서 둔촌주공발(發) 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4분기(10~12월) 동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전세대출 등 가계대출을 추가 제한하기로 결론지었다는 후문까지 확산될 정도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장과 금융부처 간 회의에서 오는 11월 말 둔촌주공 입주에 맞춰 대출잔액을 여유있게 관리하기 위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주담대‧전세대출 등을 제한키로 결정됐다고 전해졌다. 제한 수위에 대해선 신규대출 한도 제한 및 금리 상승 등을 예상했다. 

은행권은 소문을 부정하면서도 둔촌주공 입주가 금융권 대규모 가계대출이 집중되는 요인이라고 인정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둔촌주공 입주에 따른 가계대출 쏠림 현상은) 전혀 예상 안 되는 이슈가 아니다”라며 “다만 이것 때문에 대출을 막으면 실수요자들의 타격이 크기 때문에 항간의 소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합심해 가계대출 증가세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둔촌주공 입주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 및 수도권 집값 폭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는 부동산 시장에선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릴 만큼 입주 세대수가 많다. 오는 11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가구만 1만2032가구다. 메머드급 단지 기준인 3000가구와 비교해서도 4배나 높다. 

입주가 시작되면 주담대 및 전세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물론, 그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6월 신고가인 23억5177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18억7000여만원)보다 5억원 가까이 인상됐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도 둔촌주공의 비정상적 집값 인상에 주목하는 상황”이라며 “입주와 동시에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가 무색해지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