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美FDA 승인으로 혁신 DNA·로열티 챙겼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미국FDA서 1차치료제 승인 AZ ‘타그리소’ 대항마로 주목…폐암 시장 판도 ‘흔들’ 구성원 합심해 ‘혁신 DNA·로열티’ 성과 창출

2024-08-22     신용수 기자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문턱을 넘어섰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문턱을 넘어섰다. 개인 소유 기업이 아닌 공익적 성격이 강한 유한양행은 이번 기회에 혁신 DNA와 매출 6조원 이상을 확보하며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

미국FDA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유한양행 ‘렉라자’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표적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병용 요법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나 세포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변이가 발생한다면 과도한 성장을 초래해 암을 유발한다.

비소세포폐암(非小細胞肺癌, Non-small-cell lung cancer)은 상피성 폐암을 뜻하며 전체 폐암의 85% 수준을 차지한다. 렉라자는 변이가 일어난 비소세포폐암환자의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강력한 항암 효과와 우수한 안전성을 보인다.

다수 외신에 따르면 J&J는 이번 FDA 승인에 따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 요법이 앞으로 최대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약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2∼3개월 내 출시된다. 이에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치료제도 올해 안으로 미국에 출시할 수 있다. 치료제 출시에 따라 유한양행은 J&J로부터 600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기술료를 받게 된다.

렉라자 개발·허가 타임라인. 사진=유한양행

이번 성과는 국내 제약업계의 대표적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성공 사례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자체 임상을 진행하며 물질 최적화와 공정개발, 임상 등을 진행했다. 유한양행은 2018년에 J&J의 자회사인 ‘얀센’에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국내 제외)를 12억55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다시 수출했다.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계약금 5000만 달러, 개발 단계별 기술료 1억 달러를 받았다. 남은 11억500만 달러는 다른 국가에서 신약 허가·상업화 단계에 따라 추가로 수령할 예정이다. 상업화 이후 판매 로열티는 별도로 받게 된다.

신약 허가 이후에 국가별로 치료제 약가 산정·급여 적용 등 절차가 남아 있다. 이에 J&J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을 준비할 전망이다. J&J는 지난해말 FDA와 함께 유럽의약품청(EMA)에도 해당 치료제를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 신청했고 올해 초 중국·일본에도 신청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미 FDA 승인을 받으면서 해당 분야 표준 치료제로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대항마로 떠오르게 됐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3세대 대표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 약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승인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 “렉라자가 타그리소와 진정한 승부가 시작됐다”고 보도할 정도다.

이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25-39%는 질병 진행과 치료 옵션의 부족으로 인해 2차 치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비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위험을 30% 감소시킬 정도로 유용성이 높다.

NH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폐암 치료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70억달러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제품인 타그리소가 58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번 실적은 타그리소의 매출 기준으로 1차 치료제가 60%, 2차 치료제 15%로 추정한다. 앞으로 공개될 생존율 데이터와 제형을 변경한 데이터가 시장 점유율을 판단할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번 FDA 승인이 시장성이 큰 항암제라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항암제는 다른 질환 치료제보다 개발비가 많이 들고 임상 관리에서도 난이도가 높다. 이러한 어려움을 깨고 유한양행은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 진출했다.

유한양행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지배구조를 띄고 있어 큰 변화와 혁신을 나서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기업 구성원들이 뭉쳐 혁신 DNA를 보여줬고 그 결과 미국 FDA로부터 승인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기술료 수취, 판매 로열티 등을 추가로 얻어낼 수 있게 됐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렉라자의 FDA의 승인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유한양행 R&D투자의 유의미한 결과물”이라며 “이번 승인이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이 되어 R&D투자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글로벌 톱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 본사 전경. 사진=유한양행

이번 유한양행의 성과에 대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크게 고무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날 “렉라자는 국내외 기업이 협력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며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한국 시장의)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해 신약강국이자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시장인 미국 시장의 입성에 성공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라며 축하 논평을 냈다.

협회는 “(렉라자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사상 첫 1조원대 매출의 블록버스터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며 “이번 FDA 승인을 계기로 국산 신약의 위상이 제고되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병용 요법뿐만 아니라 렉라자 단독요법에 대한 승인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오는 9월 열리는 세계폐암학회에서는 렉라자 단독요법 효과를 평가한 임상 3상 후속 결과도 발표된다.

파이낸셜투데이 신용수 기자